Dining Out 2 minutes 2023년 3월 22일

모수의 시그니처 요리, 전복 타코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에서 3스타를 받은 모수의 안성재 셰프가 그의 시그니처 요리, 전복 타코를 소개합니다.

안성재 셰프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모수를 오픈하던 때부터 메뉴에 있었던 전복 요리를 모수의 시그니처 요리로 소개합니다. “사실 그 어떤 요리도 모수의 시그니처 요리라고 특정지어 생각해 온 적은 없지만, 지금껏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발전해 왔기에 이 질문에 가장 먼저 생각났습니다.”

셰프는 모수의 전복 타코가 탄생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모수’라는 이름으로 레스토랑을 처음 오픈할 때, 다양한 메뉴를 테스트했어요. 전복과 유바, 감태 등의 식재료를 이용해 여러가지 시도를 했죠. 전복은 흔히 쪄서 요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식감이 아쉬웠어요. 부드럽기만 한 것은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전복을 중심으로 다양한 재료를 곁들였는데, 처음 모수에서 선보이게 된 것은 지금의 전복 타코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어요. 유바로 전복 쉘 모양을 만들어서 전복찜을 깔고, 뵈르블랑 소스를 더한 뒤 잘게 다진 시소를 올렸지요. 해조류 맛에 더 집중해 바다포도도 넣었고요. 그때도 이 메뉴 반응이 좋아서 더 많이 연구하게 되었어요. 이후로도 다섯가지 정도 다른 버전이 탄생했어요. 전복을 찌고, 튀기고, 계속 바꿔 보았고요.”

그리고 안성재 셰프는 한국으로 모수를 옮길 때, 또 한번의 심오한 고민을 했다고 표현합니다. 안 셰프는 한국인이지만 계속 해외에서 요리를 해왔기 때문에 한국의 식재료가 꽤 낯설었는데, 전복이 같았다고 회고합니다. “미국에서 쓰던 전복은 하와이안 전복(Kona Abalone)인데 그게 한국 전복과 같은 품종이었거든요. 그래서 이 요리가 계속 이어졌고, ‘어떻게 한 차원 업그레이드 할까’가 제 고민이 되었어요.”

“서울에서 요리를 통해 제게 어떤 이야기가 있고, 제가 누구인지 설명해야 했어요. 자연스레 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샌디에고에서 자랐는데, 멕시코와 아주 가까운 접경 지역이라 티후아나에 종종 가곤 했어요. 그 어떤 음식보다 제겐 ‘타코’가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요리였지요. 타코와 부리또는 제 유년시절에 정말 의미가 있는 요리였고, 거기에 착안했어요.” 안성재 셰프는 그의 아이덴티티를 담아 전복 타코를 만들었다고 덧붙입니다.

안 셰프는 전복을 고르는 것에서 요리가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셰프 입장에서 전복을 산다는 것은, ‘전복 주세요’와는 아주 거리가 있어요. 처음부터 아주 부드러운 전복을 찾아내야 해요. 당시에 다양한 전복을 테스트했고, 결국 생산자들과 소통을 하며 조류가 잔잔하고 해수 온도가 높은 곳에서 양식한 전복을 찾았어요. 제가 원하던 조직감과 맛이었죠.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 전복을 부드럽게 쪄서 조리해요. 그런데 저는 좀 더 말랑말랑하게 구워 먹는 것이 좋더라고요. 전복은 전체가 근육이라, 손질을 한 뒤 3일간 숙성을 꼭 거칩니다. 그리고 케이퍼 버터를 발라 숯불에 살살 구워요. 부드럽게 숙성한 전복을 너무 많이 구우면 속살이 팽창하며 조직이 갈라져 터지는데 그러면 오래 끓인 오뎅처럼 너무 무른 식감으로 변해요. 굽기가 정말 중요한 이유죠. 딱 열이 전달될 정도만 굽는 것이 관건이에요.

저희가 직접 만드는 유바는 비정제 원당으로 시럽을 만들어서 절여요. 달콤한 뉘앙스를 더한 뒤 구워 타코쉘 모양을 잡죠. 그 속에 구운 전복과 시소를 넣고, 씨겨자와 감태를 올려요. 또 구운 라임은 정말 복합적인 향미가 있는데 섬세함을 더하기 위해 같이 냅니다. 이 요리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조화로움’이라고 생각해요. 의도적인 섬세함 속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그런 감각을 깨워 드리고 싶은 마음을 담은 요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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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재 셰프는 이 메뉴 또한 완성형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시그니처 요리를 전복 타코로 소개하면서도, 지금도 저는 명시적인 ‘시그니처 요리’라는 것을 정의하고 싶지는 않아요. 이 요리 또한 완성형이 아닙니다. 제가 생각을 멈추지 않는 한, 완성형은 없는 것 같아요. 무엇이든 더 발전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발전해야 하고요. 제가 집중하는 것은 시각적인 화려함이나 그런 부분에서의 변화보다는, 겉모습은 크게 다를 바 없는데 음식의 맛, 식감, 복합미, 모든 면에서 보이지 않는 개선점을 찾는 것이에요.”

한편, 모수는 올해 새롭게 3스타로 승격했습니다. 안성재 셰프는 그를 스스로 ‘고루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미국에서 요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미쉐린 3스타라는 것은 꿈도 못 꾸는 대단한 사람들의 이야기 같았다고 회고합니다.

“한국에 올 때도 3스타는 생각도 해 본 적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늘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 공간에 투자하고, 기획하고, 음식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 말이예요. 3스타로 선정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기분이 좋다 어떻다고 말하기보다는 너무나 초현실적이더라고요. 상상 이상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생각?

레스토랑의 별은 셰프 혼자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절대, 절대로요. 레스토랑에 투자한 회사, 같이 일하는 팀원 모두가 저를 믿어주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기에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었죠. 저희의 기준은 늘 똑같았어요. 스타가 없을 때, 1스타를 받았을 때, 2스타, 3스타를 받았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이로 인해 기준이 달라진 적이 없어요. “이제 3스타가 되었으니 이렇게 해야 한다”는 없어요. 늘 처음 그대로 합니다.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기준을 제시했던 거죠. 그래도 그것을 믿고 함께 해 준 동료와 팀이 있어 감사했어요. 요즘 더 부쩍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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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수 서울에는 공간의 모토가 있어요. “Comfort is new luxury.” 좋은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뭔가 부담스럽고 경직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집에 온 손님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진정한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안성재 셰프는 설명합니다.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그렇게 느끼도록 할 수 있을지를 서비스팀과도 늘 함께 고민해요. 저희 내부적으로는 엄격한 규칙이 있지만 손님들이 그 규칙을 인지해야 할 필요는 없죠. 손님들은 저희를 보러 오시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러 오신 것이라고 늘 말합니다. 저희 이야기가 궁금하면 해 드리고, 그냥 편안한 서비스를 받으며 사적인 시간에 집중하고 싶으시다면 저희는 한발 뒤로 물러설 줄 아는 서비스를 해야 해요.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요리도 마찬가지예요. 손님을 위한 요리를 하는 주방이 보이도록 이렇게 전면에 저희가 있죠. 하지만 저희는 단 한번도 저희 퀴진을 정의한 적이 없어요. 어떻게 저희 음식을 느끼시는지도 개인적인 발견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손님들에게 그들만의 시간을 드리고 싶어요. 저희는 요리를 통해 손님들과의 연결점을 만들어 나가고요.”

지금 안성재 셰프는 미쉐린 3 스타의 의미를 무겁게 실감하며, 더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 말이 있죠,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부담이 많습니다. 굳이 그러지 말고 즐겨도 된다고 하는 분들도 많지만요. 동시에 정말 행복합니다. 제가 이런 위치에 올 것을 꿈도 못 꿨는데 말이예요.

지금 서울이라는 도시를 볼 때, 미쉐린 가이드라는 매체에서 저희를 3스타, 즉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평가하고 있어요. 좋습니다. 행복해요. 하지만 외국에서부터 이곳 서울에 와 ‘3스타’라는 기대감을 갖고 모수를 찾아 주시는 손님들이 그 경험을 토대로 한국 다이닝 씬 전반에 대한 평가를 함께 내릴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말 막중한 책임감이지요. 그래서 누구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 누구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혹여나 저희의 모습이 서울, 나아가 한국 미식의 현황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요. 제가 정말 잘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모수의 모습은 어떻게 발전할까 묻는 질문에, 안성재 셰프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모수가 3스타를 얻기까지 5년이 걸렸어요. 빨랐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5년 뒤, 10년 뒤의 계획은 없어요. 뭐든지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는 스타일이라서요. 앞으로도 여전히 열심인 셰프로 살고 있기를 바랍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3스타가 끝이 아니니까요. 세상이 얼마나 변할지 알 수 없으니, 거기에 맞춰 저희도 계속 진화해 나가야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며 인력에 대한 고민이나 사회적인 문제가 화두에 많이 오르지만 저는 불평보다는 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식은 무엇일까, 함께하는 직원을 위해서도 무엇을 꿈꿔야 할까.

지금 이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제 머릿속 절반은 오늘 서비스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오늘 오시는 분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서비스해야 하고… 생각을 멈출 수 없죠. 하루하루 열심히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에요. 어쩌면 그게 전부이고요. 그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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