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명절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고, 새해 인사를 나누고, 가족들과 한상 푸짐하게 음식을 나눠 먹는 날인 설은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는 명절이라 그런지 그 어떤 명절보다도 유난히 더 명절스럽다.
명절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음식. 한식이 본래 그렇지만, 명절 음식이야말로 손이 보통 많이 가는 게 아니다. 그 수고 때문인지 명절 음식은 참 맛있다. 지글지글 기름에 정성스럽게 부친 고소한 전과 빈대떡, 적당히 달달한 감칠맛의 부드러운 갈비찜, 묵은 김장 김치 씻어 송송 썰어 넣은 만두, 각종 나물, 그리고 떡국 – 그 익숙한 맛들의 한상 차림.
하지만, 이런 명절 음식도 더 이상은 “특식”으로 취급받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원하면 언제든지 사 먹거나 재료를 사서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흔해도 너무 흔해져버려 특별함을 상실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현실. 조금은 서글퍼진다.
그래서 준비했다. 에디터처럼 올 설 상에는 어떤 음식을 올릴까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세 명의 셰프가 공유하는 세 가지 명절 음식 레시피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 첫 편으로 진주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하모’ 의 조선 잡채를 소개한다. 박경주 대표의 조선 잡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당면 잡채와는 전혀 다른 음식이다. 17세기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했던 조선 잡채는 조선간장으로 간을 한 각종 나물을 겨자씨와 식초를 기반으로 한 양념에 버무린 요리였다. 채소가 넉넉하게 들어가고 기름을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들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선 잡채]
재료
삶은 고사리 1컵
두절콩나물 1컵
채 썬 홍고추 1 개
채 썬 양파 1/2 개
채 썬 대파 2 단
채 썬 당근 1/2 개
양지편육 100 g
천엽 80g
죽순 3-4 개
시금치 (어린 잎으로 1 컵)
연근 반 개
조선 간장
겨자 소스
양지 육수 (양지 삶은 육수)
[겨자 소스]
따뜻한 물에 갠 겨자에 설탕, 소금, 식초, 잣가루를 넣고 취향에 따라 매운 정도와 간을 맞춘다.
조리법
- 천엽은 소금과 밀가루로 충분히 씻어 소주와 된장을 넣고 삶아준다. 식힌 후 채 썬다.
- 양지는 향신채를 넣고 1시간정도 삶아서 차게 식힌 후 편으로 썬다.
- 연근은 얇게 썰어 반으로 또 한 번 자른 뒤 소금물에 아삭거릴 정도로 삶는다.
- 죽순은 소금물에 데친 후 채 썬다.
- 콩나물은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뚜껑을 열고 삶는다.
- 고사리, 두절 콩나물, 홍고추 채, 양파 채, 파 채, 당근 채, 손질된 천엽, 데친 죽순 채, 데친 연근, 시금치를 각각 간장과 양지육수를 넣고 볶는다. 모든 재료를 하나씩 따로 볶아야 한다.
- 볶은 재료들을 분리한 상태로 차게 시킨다.
- 모든 재료를 섞고 준비된 겨자 소스에 버무린다.
- 접시에 양지를 반원형으로 깔아주고 가운데에 잡채를 올린다.
발행일 2017.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