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1 minute 2019년 12월 26일

미쉐린 스타를 처음 받은 날: 임프레션 서현민 셰프

활기차고 복잡한 도시 서울의 소음을 잊은 채 넓은 통창으로 계절의 흐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레스토랑, 임프레션. 연둣빛 나뭇잎이 돋아나는 봄날부터 함박눈이 펑펑 오는 겨울까지 시간의 흐름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이곳을 책임지는 서현민 셰프는 낯선 이방인도 서울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레스토랑의 이름을 임프레션(L’impression)으로 지었다고 설명한다.

쌀누룩에 숙성한 한우와 쌈채소를 모던하게 풀어낸 메인 코스 ⓒl’impression
쌀누룩에 숙성한 한우와 쌈채소를 모던하게 풀어낸 메인 코스 ⓒl’impression

서현민 셰프가 선보이는 요리는 발효와 숙성을 기반으로 한 모던 프렌치 요리다. 된장에 숙성한 푸아그라를 한 입 거리로 만든 아뮤즈 부셰부터 30일간 쌀누룩에 숙성한 한우와 파절임, 냉이까지 모든 요리에 그의 한국적인 배경과 글로벌한 감성이 독창적으로 녹아들어 있다.

이번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셀렉션의 슈퍼스타는 임프레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픈 후 1년 만에 단숨에 2 스타에 올라 미식가의 주목을 받은 서현민 셰프의 임프레션. 그를 만나, 처음으로 미쉐린 스타를 받은 순간에 관해 물었다.


미쉐린 가이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미쉐린 가이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평가 시스템이라는 것은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별이 많을수록 레스토랑에 좋다는 정도로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요. 대학을 졸업한 뒤 샌프란시스코의 일식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벽에 미쉐린 스타 표시가 걸려있었죠. 그제야 프랑스 이외의 곳, 예를 들어 미국에도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제가 직접 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한다는 자각이 들며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저도 언젠가 레스토랑을 이끌게 된다면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다는 꿈도 생겼고요.


미쉐린 2 스타를 받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한국은 당일 시상식에서야 몇 개의 별을 받았는지 알게 되죠. 그날 저희 레스토랑이 2 스타를 받고 난 뒤 시상식 무대에서 내려와 바로 레스토랑 팀에 전화했습니다. 다들 고생했고 수고했다는 말을 나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부모님께도 전화를 드렸습니다. 사실 저희 부모님은 미쉐린 스타를 받는 것이 셰프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주 잘 알지는 못하세요. 다만 제 평생의 꿈 중 하나를 이루었다는 정도는 알고 계셨기에, 정말 많이 축하해주셨죠. 3 스타는 먼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제 노력으로 2 스타 레스토랑은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좋은 소식을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었습니다.

시상식을 나와 레스토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 혼자가 되자, 정말 눈물이 펑펑 흐르더라고요. 감사함, 안도감, 이런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또 팀에서 미쉐린 스타를 받은 것을 어떻게 축하했는지?

저희 레스토랑에도 단골분들이 계세요. 그 고객분들이 찾아와 팀에 간식도, 와인도 선물해 주시며 모든 팀 식구들과 함께 축하해 주셨어요. 이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단순히 고객이 아니라 정말 저희의 동반자라는 것이 느껴졌죠. 미쉐린 발표가 있던 날은 – 아직도 그 목요일 밤이 기억나는데 – 저희 팀원이 전부 같이 펍에 가서 가볍게 술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했어요. 그간의 고생도 서로 다독이고요.


셰프로서, 미쉐린 스타를 받는다는 것의 의미는

모든 팀원에게 돌아가는 보상이자 보답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레스토랑이 고생스럽게 일하기로 유명하다고 하던데, 그 고생이 인정을 받은 셈이니까요. 팀원들이 기뻐하는 것이 제게 큰 의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분께 레스토랑이 알려지고 방문하려는 고객이 늘어나니 안정적인 운영을 하는 데 도움을 받게 되었죠. 파인다이닝을 하는 데는 많은 투자와 노력이 따르고 고정비용도 큽니다. 인건비도 높고 신경 쓸 부분도 많죠. 저는 처음부터 인력도, 공간도, 기물도 모두 가장 최선으로 갖추고 싶었기에 초반엔 적자도 컸고, 투자자도 힘들어해서 괴로운 점도 있었습니다. 레스토랑은 우선 생존해야 좋은 공간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제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 보답이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더 잘하라는 의미로 주신 결과라고 생각해요.

레스토랑 임프레션 내부 전경 ⓒl’impression
레스토랑 임프레션 내부 전경 ⓒl’impression

미쉐린 스타를 받은 것이 나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미치고 있는지

저한테 좀 더 큰 기회가 생긴 것이지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셰프라는 명예도 얻게 되었지만, 해외에서 행사가 있을 때 초청을 받는다거나 외국인 셰프와 컬래버레이션 디너를 기획하는 등 다양한 기회가 오게 되었고 이 부분이 정말 기쁩니다. 이런 것은 하고 싶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미쉐린 스타를 받고 난 뒤 고객층이 보다 두터워져서 레스토랑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요리부터 서비스까지 제가 꿈꾸는 것들을 더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외국인이 한국을 여행할 때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흥미로운 레스토랑으로 이 공간을 기획했는데 미쉐린 스타를 받고 나니 실제로 해외 관광객에게 알려지며 예약이 자주 오고요. 이처럼 제가 하는 방향에 힘을 싣는 저력이 된 것이죠.


미쉐린 스타를 받기를 원하는 젊은 셰프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저도 들었던 이야기이지만, 미쉐린 스타를 받는 것이 목적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에요. 할리우드의 영화배우들이 아카데미상을 받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작품을 만나 상을 받기도 하는 것이죠. 이처럼 자신의 직업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그 안에서 다양한 성취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젊은 요리사일수록 무슨 일이든 끈기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저도 다양한 이력서를 받는데, 근무한 곳은 많지만 근무 기간이 몇 개월 단위로 짧은 경우가 흔합니다. 이때 한 곳에서 좀 더 오래 배웠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또 후배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5년 정도 경력을 쌓고 본인의 레스토랑을 바로 오픈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 친구들이 보는 ‘셰프’는 30년, 40년씩 그 분야에서 차근차근 내실을 쌓은 사람들이에요. 좀 더 끈기 있게 오래 보며 시기에 맞는 커리어의 기쁨을 얻으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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