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2 minutes 2024년 3월 27일

2024 미쉐린 소믈리에 어워드: 빈호 김진호 소믈리에 인터뷰

2024 미쉐린소믈리에 어워드를 수상한 빈호 김진호 소믈리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한국의 다이닝 문화와 산업은 매년 역동적으로 변화하며, 높은 수준의 질적인 성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새롭게 부산이 추가되며, 더욱 다채롭고 훌륭한 레스토랑의 매력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새롭게 출발한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4 에디션은 올해도 최고의 음식에 몰두하는 셰프의 파트너로, 소믈리에를 조명합니다. 셰프들의 옆에서 묵묵히 요리와 어울리는 다양한 음료를 연구하고 조합하여 고객들에게 다이닝의 수준 높은 경험을 제공하고, 레스토랑의 질적인 성장에 기여하는 소믈리에의 역할에 힘입어 레스토랑 경험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습니다. 이 특별한 어워드는, 올해 새로운 미쉐린 1 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빈호의 김진호 소믈리에에게 그 영광이 돌아갔습니다.

이번 수상을 맡은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프란츠 호튼 대표이사는 미쉐린 소믈리에 어워드를 수상하게 되어 기쁘고 영광이라며, 이렇게 축사를 전했습니다. “소믈리에는 항상 요리와 어울리는 다양한 음료를 연구하고 조합합니다. 그들의 일은 셰프와 협업하며 고객에게 수준 높은 다이닝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레스토랑의 질적인 성장에 기여하는 소믈리에에게, 멈 하우스에서 가장 뛰어난 퀄리티의 샴페인 컬렉션인 RSRV를 대표해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미식의 역사를 공유하며 좋은 협업을 선보이기를 기원합니다.”

빈호의 김진호 소믈리에는 어린 시절부터 요리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는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믈리에로, 미쉐린 가이드 소믈리에 어워드를 수상하게 되었을까요? 김진호 소믈리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올해 2024 미쉐린 소믈리에 어워드를 받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미쉐린 가이드 발간행사에 참석해달라는 이야기를 셰프를 통해 듣고, 그저 같이 가는 자리로만 생각했고 기대하지 못했습니다. 시상식에서 이름이 불렸을 때의 기분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고생이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어요. 힘들었던 순간도 떠오르고,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부모님, 여자친구와 전화를 하는데 그제야 눈물이 나더군요.

어떻게 소믈리에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사실 제 꿈은 요리사였기에 군대도 취사병으로 가고, 호주 멜버른의 요리 학교로 유학을 가며 4년간 요리사로 주방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막연히 요리를 하며 해외에서 가게를 차려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지요. 그러던 중 한국에 돌아와 우연히 밍글스 정식 오픈 전, 주방 팀원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할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강민구 셰프님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니 무언가에 홀린 듯 무작정 서울에 남기로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호주로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을 포기하고, 호주에 렌트한 집도 내버려두고요.

원래는 주방 직원으로 일을 하려고 했지만, 셰프님이 지금 주방에 자리가 없으니 홀에서 한두 달 경험을 쌓아 보는 것을 어떻겠냐고 제안하시더군요.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 연말이 될 때까지 저는 홀에서 일을 했고, 홀 업무에 재미를 느낀 저는 주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홀에서 계속 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김민성 지배인님이 정식으로 홀 서비스를 배워보라고 제안했고, 꿈을 바꾸게 되었죠. 어린 시절부터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단숨에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 일이 정말 재미있고 잘 맞는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밍글스는 하루하루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고, 제 역할도 많아졌습니다. 저는 와인 공부가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고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 시작입니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기에 절박함이 있었고,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배웠고, 덴마크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제라늄에서 1년간 와인과 서비스를 배운 뒤 한국으로 돌아와 CMS Certified 시험을 수석으로 패스하며 스스로 소믈리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소믈리에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술 마시면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이 소믈리에 말고 또 있을까요? 가끔 힘들 때 한 잔 마셔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와인 상태를 체크한다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웃음)

이 직업은, 와인을 통해 사람과 소통하며 즐거움과 새로운 경험을 드리는 매력이 있습니다. 소믈리에가 되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저희의 일은 서비스입니다.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죠. 와인을 매개로 소통하며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업계의 꽃 같은 존재랄까요. 매일 다른 문화, 인종, 언어, 성별,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며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에요. 이들에게 와인에 담긴 역사와 문화, 재밌는 이야기, 생산자의 철학까지 다양한 부분을 소개하는데요, 빈호에서 요리와 페어링한 와인을 설명할 때 저는 와인을 통해 그 산지를 여행하는 기분이 드실 수 있게 "자 이번엔 이탈리아의 어느 지역으로 가볼까요?"처럼 시작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그럴 때는 저도 신나서 손님들과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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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경험에서 와인과 주류가 주는 의미는…

취기가 오르고 기분이 좋아지는 기본적인 역할도 있지만 식사 자리를 더 즐겁고 매끄럽게 만들어주는 윤활유이자 잘 맞는 음식과 만나 서로의 맛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조미료, 사람과 사람의 벽을 허물어주고 서로를 이어주는 징검다리이기도 합니다. 세계 각국의 멋진 주류가 담아내는 이야기를 즐기며 식사하다 보면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죠. 과하면 안 되지만, 식사 자리를 더 빛나게 만드는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힘들었던 기억도 있으셨을 텐데요.

일하다가 엄청나게 혼나고 억울함에 화장실에 들어가서 혼자 울기도 했고, 늦게 시작했다는 열등감에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보낸 시기도 있었죠. 번아웃이 하도 많이 와서 공황이 올 정도로 사람을 대하기가 힘든 날들도 있었습니다. 해외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도망가고 싶었고요. 영어도 힘들었죠. 영어를 할 줄은 알았지만 이 언어로 서비스를 하고, 문화를 이해하며 농담도 하고 그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챌린지가 정말 컸습니다. 레스토랑의 유일한 동양인 직원으로 자존감과 자신감을 잃지 않기 위해 정말 스스로 채찍질하고 최면을 걸며 일했어요. 무시도 당하고 손님에게 혼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인지, 저는 안 좋은 일은 잘 잊어버리는 편이에요. (웃음) 돌아보니 정말 많이 성장해 있었고 어느덧 새로 들어온 직원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만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해요.

지금까지 가장 의미 있었던 기억은…

소믈리에 커리어에서, CMS Certified 시험을 수석으로 통과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전까진 스스로를 소믈리에라고 소개하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정식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좋은 성적으로 자격시험에 합격하며 자신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이 세상에 저를 “어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누구”가 아니라, 전문인인 소믈리에 '김진호'로 알릴 수 있는 첫 기회가 되었기에 의미가 깊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올해의 소믈리에 어워드는 제 인생에서 가장 큰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술을 좋아하시나요? 어떤 술을 즐겨 드시나요?

제가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요리사에서 소믈리에로 진로를 바꿀 수 없었을 거예요.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오래 하기 힘든 일입니다. 남들이 쉬는 날도 일하고, 노동 강도도 높고, 감정적으로도 소모되는 이 일을 하며 가장 위로받는 순간은 일 끝나고 마시는 와인 한 잔이 아닐까 싶어요.

소믈리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전히 스스로 누군가에게 조언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입니다. 각자의 길에서 본인이 가진 능력, 재능, 특기를 잘 살려서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소믈리에의 길에도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의 신념에 따라 서비스를 하며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이런저런 평가를 할 것이고, 스스로 걱정도 고민도 많겠지만 스스로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이겨내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덧 빛을 보는 날이 올 것입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누구에게나 빛나는 순간은 온다는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진호 소믈리에가 생각하는 와인 서비스의 핵심은…

대단한 비결보다는, 고객에게 인사 잘 하고, 잘 웃고, 친절하게, 진심을 다해, 꼼수를 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전문성을 갖추고 일하는 것 아닐까요?

좋아하는 와인 관련 책이나 영화가 있으신가요?

"Somm"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마스터 소믈리에에 도전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이 영화를 보고 제 인생이 바뀌었죠. 치열하게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저도 언젠가는 저들과 같은 위치에서 노력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지금, 마스터 소믈리에를 아주 긴 호흡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그 영화가 준 영감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진호 소믈리에가 보는 앞으로의 레스토랑과 와인 트렌드는…

이제는 와인을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소믈리에 못지않은 지식을 갖춘 애호가도 많아지고,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죠. 그래서 향후엔 레스토랑 업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개성 있고 특별한 와인 서비스들이 더 돋보일 것 같습니다. 소믈리에의 개성을 담은 페어링 메뉴처럼요. 그리고 젊은 세대의 와인 소비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음료를 다루는 입장에서 논알코오올 음료나 칵테일, 전통주, 국산 와인 같은 다양한 카테고리에도 폭넓은 지식을 갖춰야 할 시기라고 보고 있어요.

앞으로의 포부와 꿈이 궁금합니다.

소믈리에 어워드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선정까지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만큼 책임과 무게감도 느끼고 있어요. 이제 더 내실을 다지며, 이 공간을 단단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이 레스토랑을 아껴주신 고객들과, 기대감을 가지고 새로 오시는 분들 모두가 만족하실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작점의 마음으로 노력하고자 합니다. 아직 보여드릴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마스터 소믈리에라는 꿈을 위해 계속 도전하고 있고,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과 자극을 줄 수 있는 멋진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저의 작은 재능이나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며, 함께 나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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