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가이드 서울은 세 번째 ‘미쉐린 서울 멘토 셰프 어워드(2023 MICHELIN Seoul Mentor Chef Award)’를 공개했습니다. 이 상은 미쉐린 셰프들과 함께 미식 문화 및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마켓컬리의 후원으로, 업계에 귀감이 되는 멘토 셰프의 열정과 노력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특별상입니다. 올해의 미쉐린 서울 멘토 셰프 어워드의 수상자는 코지마의 박경재 셰프입니다.
2018년부터 미쉐린 2스타를 유지하고 있는 코지마의 박경재 셰프는 신라호텔의 아리아께, 스시 초희를 거쳐 2014년 자신의 스시야를 오픈했습니다. 작은 섬(소도/小島)이라는 뜻을 가진 스시야 코지마는 그의 고향인 작은 섬을 뜻하는 것이지만, 화려한 청담동 한 가운데서도 변하지 않고 독야청청 자리를 지켜온 박경재 셰프 그 자체를 이르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단정한 히노끼 테이블 뒤에서 매일 한결같은 자세로 해산물을 다루는 그 손길에는 스시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녹아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공식 파트너인 마켓컬리의 브랜드 전략팀 박은새 본부장은 “좋은 음식을 최상의 상태로 받아볼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부터 시작된 마켓컬리는 미쉐린 가이드와 협업하여 미식 경험의 접점을 확장시키고자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한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앞장서서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데요, 오늘 미식 산업을 위해 선구자 역할을 해오신 2023 미쉐린 서울 멘토 셰프의 시상을 맡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수상하신 셰프님께 축하와 감사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미식 문화를 성장시키는데 보탬이 되도록 컬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셰프님은 어떤 멘토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멘토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는 멘토인 것 같습니다. 멘토라고 해서 가르침을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에게 계속해서 배우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무엇보다도 음식이라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나가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업종을 막론하고 많은 분들과 교류하려고 합니다. 특히 한식, 양식 셰프들과도 두루 소통하는데요, 특히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오프레의 이지원 셰프에게 많은 격려와 조언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특히 많은 것들이 변해왔잖아요. 손님들의 의식도 변하고, 법이나 규제가 바뀌기도 하고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어요.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젊은 셰프들이 오히려 제 멘토네요.
한국에서는 일식 셰프들이 외부 교류를 많이 하지 않는다고 여겨지기도 하는데, 셰프님은 외부와의 교류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는 일식이라는 분야의 분위기이자 특이성인 것 같아요. 외부와 교류하기보다는 자기 스스로에 집중하면서 일을 하는 편이거든요. 셰프마다 개성도 워낙 강하고, 도제식 교육이라는 인식도 아직까지 많고요. 하지만 저는 적극적으로 외부 교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적으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인간적인 유대감을 쌓는 것은 늘 도움이 됩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오늘의 업계를 함께 살아내고 있는 동료니까요.
‘2023 미쉐린 서울 멘토 셰프 어워드’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당시에 어떤 기분이셨는지 기억나시나요?
그럼요. 잊을 수가 없죠. 사실 단상으로 나가면서도 ‘제가 받아야 할 상이 맞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외식업계에서 나이가 좀 많은 편이라곤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거든요.(웃음) 상을 받고 나서는 스시 업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요식업계 선후배님과 더 의견을 많이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모범이 되는 사람이 되자고 스스로 다짐했죠.
상을 받고 누구한테 연락하셨나요?
그 자리에 계신 분들이랑 이 기쁨을 같이 나누고 싶었어요. 업계의 최전선에서 함께 달리고 있는 분들이잖아요.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가장 먼저 했고, 이후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 저희 스태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셰프님에게도 멘토가 있으셨겠죠?
그럼요. 여러 분 있죠. 신라호텔에 입사하는 데 도움을 주신 안효주 사장님이 있고, 아리아께의 모리타 상에게는 정말 스시를 쥐는 셰프로서 실질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죠. 또 한 분이 더 있는데 제가 잠시 스시 키요다에 연수를 갔을 때 만난 키무라 상이에요. 그분을 통해 앞으로 제가 목표로 해야 하는 스시가 어떤 것인지 배울 수 있었어요. 기본기에 충실하고, 기교보다는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향하고, 차분한 스시였거든요. 저도 키요다상의 배움처럼 단순함 속에서도 숙성된 해산물이 주는 미묘한 밸런스를 즐기는 스시를 선보이고 싶어요.
많이 들으셨을 것 같은 질문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스시가 무엇이냐고 묻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 질문은 솔직히 제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랑 같은 질문이에요. (웃음) 다 좋아하죠. 모든 생선에는 제 나름의 맛이 있고요. 다만 저는 역시 흰살 생선이 백미라고 생각해요. 등푸른 생선이나 붉은 살 생선들은 맛이 직관적이에요. 그에 비해 흰살 생선의 맛은 은근하고 느리게 찾아와요. 그 속도 느린 맛을 즐기는 것이 흰살 생선 스시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멘토로서가 아닌 요리사 박경재는 어떤 사람인가요?
자연과 손님을 연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코지마에서는 자연산 식재료만 쓰고 있거든요. 자연이 만들어내고 우리에게 내어주는 그 마음에 늘 감사하면서, 최대한 그 본연의 맛을 맛보여드리고 싶어요. 자연에서 온 식재료들이 제 손을 거쳐 맛있고 아름답게 선보여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손님들이 만족하는 것만큼이나 제 스스로 만족하고 부끄럽지 않은 것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제가 하는 음식에 부끄러움이 없을 때야 당당할 수 있으니까요. 그 마음이 언제나 저를 떠나지 않고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왔습니다.
올해의 멘토 셰프로서, 후배 셰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라는 말은 너무 식상하겠죠? 그것은 사실 당연한 말이고요. 저는 그보다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우리가 쓰는 모든 재료들이 자연에서 오잖아요. 그런데 주방에서는 환경 오염에 영향을 끼치는 세제나 비닐, 라텍스 장갑 등 일회용품 등을 많이 사용하게 되어요. 쓰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환경보호 의식을 가지고 이것들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저희 주방에서는 사실 잔소리도 많이 하고요. (웃음) 자연의 식재료를 사용하면서 자연을 신경쓰지 않는 것은 조리사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셰프님, 그리고 후배 셰프들과 함께 우리가 어떻게 환경 보호를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