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Chefs, Two Restaurants
유스케 다카다 (Yusuke Takada) / La Cime, Osaka
일본 가고시마현 아마미 섬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유스케 다카다 셰프는 고향의 때묻지 않은 대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철저히 재료 지향적인 그의 요리 세계는 하루아침에 형성된 게 아니었다. 다카다 셰프는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유별났다. 왕성한 호기심으로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쌓인 경험은 훗날 요리사로 성장한 그에게 영감이 되어 돌아왔다. 꼭 요리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도 늘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추구하는 다카다 셰프의 성향은 그의 요리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파리의 Restaurant Le Meurice Alain Ducasse와 Le Taillevent 등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클래식 프렌치를 연마한 그는 일본으로 돌아와 오사카에 ‘라심’을 오픈했다. 일본 최고의 제철 식재료와 그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프렌치 요리는 섬세하면서도 대담하며, 기발한 동시에 깊다. 오픈 1년 만에 1스타, 얼마 지나지 않아 2스타를 획득한 ‘라심’은 오사카 최고의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손꼽힌다. 라심 밍글스 포핸즈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강민구 셰프와 함께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먹었고, 한국 음식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강민구 (Kang Min-goo) / Mingles, Seoul
서로 다른 것끼리 조화롭게 어우러지다는 뜻의 동사 ‘To mingle’에서 따온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Mingles).’ 식당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한식과 한국의 전통 식문화에 기반을 둔 그의 음식에는 국내 식재료와 외국 식재료, 전통 조리법과 새로운 기술, 클래식한 요소와 모던한 감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있다.
강민구 셰프는 공부벌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국내산 제철 식재료에서부터 전통 한식, 그리고 사찰음식까지 두루 연마 중이다. 그는 가장 익숙한 것에서 영감을 얻는다. 전통을 재해석하는 이유는 ‘새로운 한국의 맛’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늘 먹는 재료, 같은 메뉴라도 끊임없이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밍글스의 ‘포핸즈’ 포트폴리오가 점점 늘어나는 이유도 변화를 통한 성장과 재정비를 위해서다.
봄의 향연
머위, 두릅, 벚꽃, 야생딸기, 새조개, 주꾸미,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봄의 전령들이 다 모였네요.
강: “아직 완연한 봄은 아니지만, 이른 봄에 접할 수 있는 새조개와 땅두릅을 활용해보자고 했습니다. 작년 12월에 오사카 ‘라심’을 방문해 식사를 했고, 다카다 셰프와 메뉴 콘셉트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올해 2월에는 다카다 셰프를 한국으로 초대해 사흘에 걸친 기간 동안 한국의 다양한 식문화를 함께 체험했어요. 길거리 음식을 포함해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다양한 음식들을 먹었죠. 그리고 함께 시장과 농장을 방문했어요.”
다카다: “강민구 셰프와 한국의 봄철 식재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행사 일주일 전에 모든 재료를 확정했습니다. 물론 지금 이맘때에 가장 맛있는 식재료를 엄선했죠.”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번 포핸즈 다이닝을 준비했나요?
강: “어떤 레스토랑이던 음식으로 표현되는 그 가게만의 정체성과 개성이 있습니다. 철에 따라 재료도 달라지고 조리법과 메뉴의 구성도 바뀌지만, 스타일의 뉘앙스를 크게 변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따라서 이런 포핸즈 행사는 밍글스와 비슷한 규모의, 하지만 다른 스타일의 레스토랑과 함께 요리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면서 메뉴를 구성하고 조금 힘들더라도 저를 포함한 밍글스 식구가 함께 새로운 도약을 꾀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에요. 이번 행사로 인해 저희 밍글스 팀이 더욱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고, 새로운 메뉴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으면 합니다.”
다카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셰프의 각각의 고유한 감성과 쌓아온 경험이 포핸즈 같은 협업을 통해 공유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La Cime & Mingles Present:
아뮤즈 부쉬 4종류 / René Geoffroy Champagne Volupté Brut Premier Cru
돼지고기, 돼지 피, 채소, 각종 허브로 만드는 프랑스식 소시지의 일종인 부댕누아. 다카다 셰프가 일본에서 직접 들고 온 부댕누아는 오징어 먹물로 검게 물들인 반죽을 입혀 튀겨내 바삭한 핫도그 옷의 식감을 연출했다. 계피, 정향, 고수씨 등 이국적인 스파이스 블렌드로 맛을 낸 진한 맛의 부댕누아에서 북아프리카의 향취가 느껴졌다.
유기농 버터 레터스, 살짝 튀긴 머위 꽃대, 야생딸기 피클, 건새우 & 표고 비네그렛 / Domaine Daniel Sage, La Voix du Périscope 2016
비오니에 포도 품종으로 만든 내추럴 와인의 생동감 넘치는 산미가 요리의 감칠맛 (건새우, 건표고, 전복포), 쌉싸름한 맛(머위 꽃대 퓌레), 그리고 새콤한 맛(야생딸기 피클)을 조화롭게 완성시켜준 것 같아요.
강: “건새우와 건표고를 이용하여 중국의 XO 소스처럼 감칠맛 가득한 소스를 만들었어요. 거기에 밍글스의 전복포를 바삭하게 말려 전복포 파우더를 곁들였죠.”
강: “다카다 셰프는 저보다 10살이 많고, 프랑스 내에서도 클래식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근무하셨어요. 저와는 참 다른 요리 배경을 갖고 계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둘의 코드가 잘 맞았던 이유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고, 식재료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창작요리를 한다는 공통점 때문이에요. 다카다 셰프가 맛을 내는 방식이나 뉘앙스 역시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지방을 적게 사용해 전반적으로 음식이 가볍고 발랄하면서도 맛의 특징은 분명하죠.”
다카다: “저희 둘이 재료를 요리로 표현해 내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강민구 셰프는 마음이 열려있고 생각이 유연한 셰프예요. 그래서 메뉴 구상 등 함께 일하는 작업이 수월했던 것 같아요.”
강: “뻔한 흐름의 정찬 코스가 아닌, 라심과 밍글스가 만나야 탄생할 수 있는 코스로 구성해봤어요. 다카다 셰프가 저의 의견을 많이 경청해주시고 배려해주셨습니다.”
붕장어 튀김, 스크램블드에그, 카카오닙 고추장 소스, 바나나 양파 퓌레, 어린 고수잎 / Domaine Latour Giraud, Meursault Cuvée Charle Maxime 2015
다카다: “포핸즈 메뉴 중 ‘라심’의 색이 가장 잘 표현된 요리라고 생각해요. 이 요리의 생명은 소스에 있는데, 어디서 요리를 하냐에 따라 그 나라의 재료를 가지고 재미있게 응용할 수 있죠. 여기는 한국이기 때문에 고추장을 써봤어요. 평상시에도 발효식품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장을 꼭 써보고 싶었어요. ‘봄’이 주제이기 때문에 단맛, 신맛, 쓴맛, 향을 강조해봤습니다.”
파프리카와 카카오닙이 들어간 고추장 소스의 맛은 깜짝 놀랄 정도로 복합적이었다. 다카다 셰프의 설명대로 쌉싸름했고 알싸하게 매웠으며, 은은한 단맛이 돌았고 무엇보다도 산미가 살아있었다.
바삭바삭 살아있는 비늘 아래 촉촉한 흰 살, 준혁이네 농장 깻잎과 땅두릅, 그 쌉싸름함을 완화시켜주는 달큰한 제철 애호박. 옥돔 뼈로 낸 육수에는 벚꽃을 띄웠다.
최상급 한우 채끝 등심, 무, 게살, 정강이 편육, 본 매로, 게 멸치 소스 / Domaine Philippe Pacalet, Nuits-Saint-Georges 2011
육류와 해산물을 함께 먹는 셰프 다카다의 고향의 특성이 잘 드러난 요리였다. 차게 식혀 썰어낸 정강이 편육은 시간이 지날수록 소고기 단면 위에서 형체를 잃더니 어느새 버터처럼 녹아버렸다.
강: “빵을 내는 대신 식사 끝에 밥을 제공하자고 제의했어요. 다카다 셰프님께서 저의 의견을 존중해 오차즈케를 내기로 했습니다.”
봄 채소가 주연인 달콤한 디저트.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아이스크림, 크럼블, 크렘 앙글레즈, 콜리플라워 피클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양파, 비트, 콜리플라워, 토마토, 가지, 호박 등의 채소도 달콤한 디저트로 변신할 수 있다는 사실.
강: “따뜻한 디저트를 해보자고 다카다 셰프가 아이디어를 냈을 때, 한국의 단팥죽을 이용한 디저트를 꼭 넣자고 제안했어요. 단팥죽을 감싼 쑥떡은 쌀가루 대신 칡전분으로 만들었어요. 쌀에 비해 노화가 덜 되고, 질겅거리는 식감이 없어요. 거기에 캐러멜과 레몬으로 맛을 낸 두유 폼을 곁들여 냈는데, 재미있는 디저트가 나온 것 같아요.
큰 행사를 함께 치러본 결과 다카다 셰프는 어떤 셰프이던가요?
강: “첫인상은 덩치도 크고 굉장히 무서울 것 같은데, 굉장히 섬세한 셰프입니다. 많은 다이너들이 강렬한 임팩트의 무언가를 기대하곤 하는데, 저는 다카다 셰프 스타일의 일관된 흐름이 있는 메뉴를 선호해요. 코스의 흐름이 잔잔하고, 식사가 진행될수록 흠뻑 빠져들게 되죠.
다카다 셰프는 늘 새로운 식문화를 경험하고 도전하기를 좋아하더라고요. 한국의 변화하는 미식 시장을 경험하면서 오히려 일본 셰프들은 우물안 개구리 같다며, 젊은 한국인 셰프들의 도전과 패기가 대단하다고 칭찬했습니다.”
다카다 셰프님, 반대로 강민구 셰프는 어떤 셰프이던가요?
다카다: “밍글스는 같은 아시아에 있는 레스토랑이고, 한국은 이웃나라이기 때문에 전부터 강민구 셰프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언론 뿐 아니라 과거에 협업했던 셰프들로부터 강 셰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했었거든요. 실제로 만나서 일해보니 아주 착한 사람이에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발전하려고 늘 노력하는 모습이 멋집니다.”
포핸즈 이벤트가 서울이 아닌 오사카에서 진행되었더라면, 전혀 다른 메뉴가 나왔을까요?
다카다: “식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조리방법도 다를 수 밖에 없었을 거예요. 채소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그 맛과 종류가 조금씩 다르거든요. 메뉴 구성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쳤겠죠.
외국 셰프들과 협업할 때는 되도록이면 일본에서 하는 요리는 하지 않으려고 해요. 가능한 한 협업이 이뤄지는 곳에서 제가 보고 느낀 것들을 표현하고 싶어요. 늘 먹던 식재료라도 만드는 손이 다르면 모든 게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셰프라면 갖춰야 할 능력이자 기술이에요.”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에 대한 짤막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강: “두 달 간 준비한 행사가 무사히 끝났습니다. 늘 느끼지만 포핸즈 행사는 긴 준비 기간에 비해 보여주는 시간이 짧아 아쉬움이 남아요.
이번 행사는 단순히 각자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를 하나씩 선보이는 형태의 포핸즈가 아닌, 라심과 밍글스의 두 셰프가 메뉴 구성과 코스의 흐름을 함께 고민하고 한국의 이른 봄 식재료를 적극 활용해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틀이라는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에요.”
다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들었어요. 그걸로 만족합니다. 뜻깊은 행사였어요.”
발행일 2018.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