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1 minute 2022년 11월 8일

2023 미쉐린 소믈리에 어워드: 모수 김진범 소믈리에

2023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첫 선을 보인 ‘미쉐린 소믈리에 어워드’의 영광은 모수의 김진범 소믈리에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를 만나, 소믈리에의 직업과 와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023년, 올해로 7번째 에디션을 발간하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은, 미식 산업을 이끌어 온 셰프들의 든든한 지원군으로써 요리와 어울리는 다양한 음료를 연구하고 조합하여 고객들에게 수준 높은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소믈리에를 특별히 조명합니다.

매년 놀랍도록 역동적이고 높은 수준의 질적 성장을 보여주는 서울의 다이닝 산업과 문화의 근원은, 다양하고 훌륭한 요리 퀄리티의 발전에 몰두하는 많은 셰프들의 노력 뿐 아니라 소믈리에 등 접객 문화를 대표하는 전문 인력의 성장과도 연결됩니다.

미쉐린 소믈리에 어워드를 후원하는 메종 멈 RSRV는 오랜 기간동안 미식과 페어링 역사를 만들어온 메종 멈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되새기며 “소믈리에는 묵묵히 요리와 어울리는 다양한 음료를 연구하고 조합하여 고객들에게 다이닝의 수준 높은 경험을 제공하고, 레스토랑의 질적인 성장에 기여를 하는 분들로써 RSRV는 모든 소믈리에 분들께 많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이야기하며, 이번 상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이번 에디션을 통해 서울에 새롭게 소개된 ‘미쉐린 소믈리에 어워드’의 첫 수상자로 모수의 김진범 소믈리에가 선정되었습니다. 올해 2스타에서 3스타로 승격된 모수의 비약적인 성장과 발전에는 김진범 소믈리에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진범 소믈리에는 음료 페어링 능력을 더해 훌륭한 요리를 더욱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풍미를 더해 즐길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그를 만나, 소믈리에의 직업과 와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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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소믈리에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저는 원래 기계과를 다니던 대학생이었어요. 어린시절부터 엔지니어가 꿈이었고요. 그런데 군대에서 새로운 길에 빠졌어요. 후임병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본인 꿈이 ‘바리스타’라고 하더라고요. 그 당시에는 바리스타가 커피 전문가라는 것도 몰랐어요. 그래서 “그거 술 마시면서 일 하는 사람이지?”라고 질문을 했죠. (웃음) 그건 바텐더 아니면 소믈리에인데 말이에요. 그만큼 이 직업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던 제가,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이 일의 매력에 빠져들었어요. 그래서 군대에서 바로 와인에 관한 책을 주문하고, 홀린 것처럼 공부를 시작했어요. 전역을 하고 기계과를 자퇴하고, 와인을 배울 수 있는 전문학교에 새롭게 입학했죠. 그리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소믈리에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술을 마시며, 공부도 하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죠.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요. 와인 뿐 아니라 세상 수많은 술에는 이야기가 있어요. 이것을 공부하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역할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소믈리에라는 직업에 관한 오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어렸을 때, 소믈리에들이 쉽게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졌어요. 남다른 포스가 있는 느낌이 있는 선배들이 많았죠. 그런데 한 발짝 다가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이렇게 솔직한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금방 친해지더라고요.

그리고 고가의 와인을 관리하며 그런 와인을 드시는 고객을 자주 상대하다 보니 ‘값비싼 술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기도 해요. 하지만 저도 소주를 종종 마시거든요. 세상의 모든 술들은 각각 주는 즐거움이 달라요. 그래서 그 가치를 존중하며, 다양성을 잃지 않으려고 하지요.

주로 어떤 술을 즐겨 마시나요?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에요. 사실 물도 잘 안 마실 정도죠. 그래도 술 중에서는 소주를 좋아해요. 고급 소주도 아니고, 그냥 한국 사람들이 흔히 먹는 대중적인 희석식 소주를 종종 마셔요. 가격도 저렴하고, 정말 편하잖아요? 특별한 안주와 먹는 것이 아니라, 퇴근하고 집에 가서 아이들이 먹고 남긴 반찬이나 간단한 계란 후라이를 먹으며, 한 잔 정도 술을 마셔요. 요즘 세련된 브랜딩의 전통 소주들이 새롭게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러면서 소주의 전반적인 맛과 문화도 향상된다고 생각해요. 자주는 아니지만, 그런 것도 궁금해서 마셔 보고는 합니다.

김진범 소믈리에가 꼽는 최고의 음식과 술 페어링은 무엇입니까?
어쩌면 진부하다고 말하겠지만, 한국 사람에게는 삼겹살에 소주만큼 명확한 페어링이 없는 것 같아요. 흔히 먹는 희석식 소주가 소위 ‘잘 만들어진 술’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기름진 삼겹살을 지글지글 구워 먹으며, 깔끔한 소주를 한 잔 들이키면 이보다 더 좋은 궁합이 있을까 싶어요. 단순한 알코올의 맛이 기분 좋은 깔끔함으로 다가오고, 취기도 올려 주니까요.

좋은 페어링이란 무엇일까요?
흐름이 가장 중요해요. 무지개 색의 순서인 빨강부터 보라색까지의 스펙트럼은 순서대로 보면 아름다운데, 뒤죽박죽이 된다면 이상해 보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시각적인 흐름, 맛의 흐름, 향의 흐름, 강도의 흐름 같은 것들이 모두 중요해요. 일관성 있는 흐름 속에서 완성도가 높아지죠. 다 마신 병을 순서대로 나열하거나, 테이블 위에 페어링 코스 잔들을 쭉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것. 그것이 좋은 페어링이라고 생각합니다.


와인 리스트를 만드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지금 서울 실정을 고려하면,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에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명한 와인들은 수입되는 양이 적다 보니 수급이 어렵거든요. 많은 레스토랑이 같은 와인을 원하니까요. 해외의 고급 레스토랑과 달리 와인을 보관할 수 있는 장소도 부족하고요.

지금 모수에서는 바로 마시기 편한 와인들을 많이 구비하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안성재 셰프의 요리가 섬세하기 때문에, 이와 잘 어울리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와인들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지만 다양성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새로운 와인을 몇 병 리스트업 하거나, 아니면 리스트에서 지우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어요. 와인 페어링 메뉴를 함께 운영하다 보니, 여기서 보다 동적이고 도전적인 경험을 주려고 합니다.

좋아하는 와인 관련 영화나 책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2000년대 초반, 알렉스 페인 감독의 <사이드웨이>라는 영화는 3번 이상 반복해서 봤어요. 외국 와이너리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을 때, 이 영화를 보며 그곳의 정취를 느끼고 상상도 해 보았죠. 한 번 보고 난 이후에도 그냥 배경의 분위기처럼 집에 영화를 틀어 두고 와인을 마시기도 했고요.

앞으로 레스토랑과 와인 트렌드를 어떻게 예측하시나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고가 와인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초고가 와인들은 레스토랑에 있는 것보다 개인이 구매해서 소장하는 것이 훨씬 크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레스토랑에 와인을 반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서비스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소믈리에가 어떤 정책으로, 어떻게 그런 와인들을 케어하며 식사와 함께 제공할지 계속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더 전문적으로 깊게 공부하려고 해요. 와인의 세계는 광범위합니다. 그래서 국제적인 자격증도 준비하며,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지식을 전문적인 기준으로 다시 정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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