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1 minute 2020년 2월 7일

미쉐린 가이드 평가원의 어느 하루

익명의 미쉐린 가이드 평가원이 몇 가지 비밀을 밝혔습니다.

가명으로 레스토랑을 예약하며 하루 업무를 시작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미쉐린 가이드의 레스토랑 평가원이 된다는 것은 라디오 호스트가 된다는 것과 비슷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지만, 당신이 어떻게 생긴 지는 알 수 없죠. 저희는 이 방식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익명성은 우리 직업의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단순히 저희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레스토랑을 방문했을 때 다른 어떤 고객과도 동일한 경험을 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 직업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그리 놀랍지 않게도 바로 ‘먹는 것’입니다. 즉 일하는 날엔 점심과 저녁을 늘 나가서 먹어야 한다는 뜻이니 식성이 편협하거나 까다로운 사람은 지원할 일이 없습니다. 평가원 본연의 업무는 두 가지로, 가이드북에 등재된 공간이 여전히 추천할만한지 확인하는 것과 새로운 레스토랑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가끔 혼자, 때로는 여러 명이 모여 함께 식사합니다. 늘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을 하기 위해 노력하죠.

이를 통해 저희가 정말 확인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접시 위에 올려진 음식 그 자체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미쉐린 가이드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레스토랑 커튼의 색이나 서비스 방식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음식에 대해서만 평가합니다. 레스토랑은 아주 호화롭거나 세상에서 제일 안락한 장소일 수도 있겠지만 음식이 훌륭하지 않다면 저희 가이드에 등재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음식이 훌륭하다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식사해야 하거나 레스토랑 밖에 한 시간 동안 줄을 서 있어야 한다고 해도 가이드북에 오를 수 있습니다.

“레스토랑은 아주 호화롭거나 세상에서 제일 안락한 장소일 수도 있겠지만 음식이 훌륭하지 않다면 저희 가이드에 등재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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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에 스타를 수여하기 위해 저희는 최대한 많은 식사를 해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연중 다양한 시기에 방문하는데, 금요일 밤이나 화요일 점심 등 다양한 시간대와 시점의 식사를 확인합니다. 만약 한 번은 정말 뛰어난 식사를 했지만 다음번에는 최악의 식사를 한다면, 저희가 보증하고자 하는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평가원의 경력에서 가장 즐거운 시기는 아마도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일 것입니다. 이 기간에 다양한 국가의 평가원들과 함께 세계 전역의 가장 훌륭한 레스토랑들을 방문하며 식사를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 수준을 몸으로 체득하고 기준을 확립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만약 당신이 몇 군데의 레스토랑에서만 식사해 보았다면 과연 이 레스토랑이 미쉐린 스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매 식사 이후 상세한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이 보고서를 토대로 동행한 평가자의 질문 공세가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당신의 입맛을 개발하고 다양한 국가의 요리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게 합니다.

“무엇보다, 만약 당신이 몇 군데의 레스토랑에서만 식사해 보았다면 과연 이 레스토랑이 미쉐린 스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수습 기간을 거치고 이듬해 당신이 해당 지역에 대해 권한을 갖게 되었을 때, 이제 직접 그 지역을 조사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누가 어떤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업계 상황이 전반적으로 어떤지 등의 다양한 정보를 조사하며, 식사와 식사 사이의 많은 시간을 사실 확인과 리서치, 주요한 관련 인물들과 이야기하는 데 소요하게 됩니다. 또한 당신은 관할하는 지역의 식문화와 외식업 발전 상황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현재 소셜 미디어의 존재감이 매우 커졌기에, 트위터에 올릴 코멘트나 저희 웹사이트에 올릴 사진도 상당히 많습니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서 해야 할 정기 미팅도 있습니다. 이 미팅에서 각각의 평가원이 어떤 곳에 다녀왔는지를 비롯해 향후 리스트로 선정할만한 레스토랑의 상황을 공유합니다.

저희 가이드북은 숙박업소도 평가를 하므로, 저희는 대형 호텔에서부터 농장에 딸린 B&B(베드 앤 브렉퍼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공간에서 숙박합니다. 그 때문에 하루는 보통 거나한 아침 식사로 시작되곤 합니다.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셰프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동안, 저희를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외진 지역에 위치한 작고 훌륭한 레스토랑을 발굴해 미식의 지도 위에 올려놓는 것입니다.

단점이 있다면요? 놀랍게도, 이 일을 한다고 꼭 살이 찌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하게도 당신은 시작부터 0.5kg이나 1kg 정도 살이 찔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 정도 수준에서 멈추거나 약간 헐렁한 옷을 입는 정도입니다. 왜 저희가 코끼리만큼 거대해지지 않냐고요? 글쎄요, 우리는 좋은 품질의 음식을 먹고, 신선한 식재료를 즐기며 먹은 것보다 더 많이 일하기 때문입니다. 급히 식사하거나 간식을 먹지도 않고요.

즐거운 점은, 최근 많은 도시에서 각기 다른 문화권의 요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간단한 계획을 세우시면 점심은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저녁은 태국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펍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은 뒤 저녁엔 페루 요리를 먹을 수도 있습니다.

집에서 떨어져 상당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모든 이에게 맞는 것은 아닙니다만 저희가 누릴 수 있는 보상은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도시의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해 보는 것보다 그 도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은 얼마 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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