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5 minutes 2023년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만난 8명의 여성 소믈리에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현장에서 일하며 손님들을 위해 와인을 준비하는 소믈리에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음식을 이야기 할 때 와인을 빼놓을 수 있을까요? 그 중에서도 특히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셰프가 설계한 음식과 이야기를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와인을 어떻게 곁들여야 할지 끝없이 고민하는 소믈리에들 덕분에 다이닝 경험은 더욱 다채로워집니다.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빵 대신 화이트 와인을, 장미 대신 레드 와인을 들고 손님 앞에 서는 8명의 소믈리에들을 만났습니다.

모수 이채미 소믈리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3스타

모수를 경험한 사람들 중에는 서비스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채미 소믈리에를 비롯한 모수의 팀원들은 그 감동을 만들어내기 위해 서비스의 모든 요소를 디테일하게 준비하고 설계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Q. 소믈리에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시작은 정말 단순했어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하는 동안 무언가를 배우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서 와인바에서 일을 했거든요. 하지만 그때 운명의 날이 찾아왔어요. (웃음) 어떤 손님이 들고온 Chateau Gruaud Larose 2003(RP score 88)이 디캔터에 담겨있었는데, 그 테이블 근처에서 정말 엄청난 장미향이 나는거에요. 제가 너무 좋아했는지 손님이 한 잔을 선물해주셨는데, 글라스 안에서 폭발하는 장미향과 흙내음이 너무 좋아서 일이 끝날 때까지 다 마시지도 못하고 향만 맡았었어요.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해요. 그 일을 계기로 와인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되었고, 소믈리에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모수의 소믈리에로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준비‘ 하는것 입니다. 한 번의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것이 정말 많아요. 음식 중에 바뀐 부분이 있는지, 어떤 손님들이 오시는지, 특이사항은 없는지 먼저 체크하고, 그에 따라 오늘의 글라스 와인으로 어떤 것을 준비할지, 페어링 와인은 어떤 것으로 선택할지, 어떤 잔으로 서비스 할 지 등 준비해야 할 것이 정말 많습니다. 특히 페어링을 좋아하시는 손님이라면 지난번이나 그 전에 어떤 페어링을 했는지를 보고 그때의 와인들과 겹치지 않게 드리려고 합니다. 음식이 지난번과 같더라도 와인을 바꿔드리면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거든요.

Q.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요?
레스토랑에서 근무한지 딱 10년이네요. 이 질문에 정말 여러가지 답변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가지만 제가 소믈리에로 근무하면서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손님과 우리가 서로 좋은 기운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거예요. 손님들이 레스토랑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좋은 일이 있거나 이를 축하하기 위해서, 좋은 사람들 혹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옵니다. 그래서 레스토랑은 정말 좋은 기운들로 넘쳐나요. 이런 공간에서 손님들과 주고받는 이야기들과 그 안에서 공감, 소통, 전달에 제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Q. 여성의 날을 맞아,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와인이 있나요?
저는 작년에 출산 휴가를 보낸 후 현장에 복귀했는데요, 워킹맘으로서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살고있어요. 새벽부터 일어나서 와인 공부를 하고, 아이를 챙기고 나서 출근해서 일하고, 디너 서비스까지 마치고 나면 정말 녹초가 돼요. 그렇게 하루가 끝나가면 와인 한 잔이 간절해지더라고요. 특히 그때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는 리즐링 한 잔이 큰 위로가 됩니다.

많은 여성분들은 공감하실거예요. 정말 피곤할 때 커피 한 잔과 달콤한 디저트가 얼마나 절실한지… 리즐링은 그런 순간에 어울리는 와인이에요. 화사한 꽃 향기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향, 달콤한 정도의 단맛에 이어지는 좋은 산도는 사랑스러움을 가지고 있어요. 그 리즐링의 사랑스러움을 오늘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모든 여성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밍글스 박은빈 소믈리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2스타

클래식 피아노를 오랫동안 공부했던 박은빈 소믈리에가 와인을 만난 것은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났을 때였습니다. 이후 밍글스에 입사하며 와인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잘 알고 마시고 싶다’는 마음으로 와인 공부를 시작해 지금은 소믈리에로서의 미래를 본격적으로 그리며 밍글스의 가장 젊은 소믈리에로서 와인 서비스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Q.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요?
제가 서비스한 손님들이 행복하게 나가는 모습을 볼 때 이 직업에 매력을 느껴요. 제가 밍글스에서 와인을 서비스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손님의 만족감이거든요. 늘 똑같은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에 따라 서비스의 방향을 조금 달리해야 하거든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목적이 다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결국은 와인을 통해 손님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소믈리에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싶어요.

Q. 소믈리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아직 소믈리에로서의 경력이 길지는 않지만, 소믈리에는 요구되는 것들이 정말 많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끊임없는 공부와 경험을 해야하고, 긴 근무시간을 버텨내야 하는 체력도 필요하죠. 하지만 행복함과 만족감이 모든 힘듦을 이겨내게 해요. 그리고 점점 와인 시장이 커가면서 소믈리에들을 필요로하는 일이 다양해지고 많아진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와인을 다루는 일을 다양하게 확장해 나가다 보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 보다도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거예요.

저는 굉장히 좋은 시기에 소믈리에로 일하게 되었어요. 소믈리에의 수요가 높아졌던 때라 소믈리에가 되고싶다는 다짐 만으로도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이전의 많은 소믈리에들이 힘들게 닦아놓은 길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의 소믈리에들을 위해, 저도 열심히 노력할게요!

Q. 여성의 날을 맞아,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와인이 있나요?
Domaine Morey-Coffinet, Chassagne Montrachet 2017요! 와인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을 때 마셨던 와인인데, 처음으로 와인에 ‘아름답다’라는 설명을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입안에서 꽃밭이 펼쳐지는 느낌, 그리고 그 모든 느낌을 아우르는 절제된 아름다움이 오늘의 여성들을 떠오르게 해요. 여성의 날을 축하하며 여러분 모두에게 이 와인 한 잔을 건네고 싶습니다. 

라망시크레 최은혜 소믈리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1스타

다른 소믈리에들은 하나같이 최은혜 소믈리에야말로 숨겨진 진짜 보석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믈리에들 중에는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현재 레스케이프 호텔의 헤드 소믈리에이자 라망시크레의 소믈리에로 일하고 있는 그는 파인다이닝, 와인숍, 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와인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Q. 소믈리에가 실제로 해야하는 일들 중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소믈리에를 보통 와인을 추천하고 서비스 해주는 사람이라고만 단순히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어요. 우선 트렌드를 항상 살피면서 특색있는 와인 리스트를 만들어 나가는 동시에 리스트에 있는 재고관리도 잘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항상 그 자리에 멈춰 같은 와인들로만 손님들을 만나게 될테니까요. 저는 와인 리스트를 만드는 것 자체가 소믈리에 자신의 색을 증명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의 와인리스트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이 굉장히 큽니다. 손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도 중요해요. 저를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을 때 제가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도 만들어지니까요.

Q. 소믈리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싶은 말이 있다면요?
오늘의 소믈리에가 가진 이미지는 제가 예전 어렸을때 바라봤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와인 서비스만 하는 그런 이미지와는 달리 이제는 조금 더 자유로우면서도, 존중받으며 다방면으로 의견을 펼칠 수 있는 그런 타이틀로 변해가는 것을 느껴요. 그래서 앞으로는 더욱 더 멋진 직업으로 인식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소믈리에는 확실히 자신의 색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와인을 매개체로 다양한 분야와 연결되어있고, 단순히 술을 서비스하는 것을 넘어서 본인의 역량과 스토리를 잘 펼친다면 매일을 나의 무대로 만들 수 있죠. 앞으로 업계에서 여성 후배분들을 더 많이 만나고, 이 멋진 일을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여성의 날을 맞아,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와인이 있나요?
저는 여성 하면 와인 품종과 비교했을때, 피노누아라는 여리고 아로마틱한 품종이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Buission Charles Pommard ‘En Mareau’ 2020를 추천하고 싶어요. 흔히 부르고뉴 레드는 뉘쪽 지역이 훨씬 더 유명하지만, 본 지역에서도 굉장히 엘레강스 하고 기품있는 우아한 피노누아를 생산하기도 합니다. 체리의 새콤함, 라즈베리의 응축된 아로마를 베이스로 가죽과 다채로운 허브 캐릭터 등이 굉장히 풍성하면서도 화사하게 잘 퍼져나가는 와인이에요. 다가오는 따뜻한 봄과 함께 이런 엘레강스한 피노누아와 함께 행복한 시간들을 만들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레스토랑 알렌 황은애 소믈리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1스타

20대 초반에 우연히 사본 와인은 황은애 소믈리에의 인생을 바꿀 거대한 파도였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지 4년째, 황은애 소믈리에는 정식당을 거쳐 알렌에서 뜻이 같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공부 하며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Q.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요?
좋아하는 것이 같은 손님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성적인 편인 저같은 사람도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와도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관심사가 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우연히 나와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매일 만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웃음)

Q. 좋은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것이요. 누구나 와인을 좋아할 수 있고, 누구든 와인을 공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소믈리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소믈리에가 되려면 호스피탈리티를 몸에 배어들게 해야해요.

손톱을 단정히 하고, 자세를 바르게 하고, 옷을 깨끗이 갖춰 입는 것에서 부터 손님은 물론 같이 일하는 동료들, 사용하는 커틀러리나 접시 등 물건들을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 바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호스피탈리티는 감정노동과 고강도 업무가 동반되는 직업이라 지치고 힘들 때가 수없이 많아요. 하지만 매일의 끝에 스스로를 재정비하려는 마음으로 꾸준히 노력해서 유연한 서비스를 해낼 때, 저는 비로소 소믈리에로서 한 발짝 더 다가갔다고 느낍니다.

Q. 소믈리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싶어요. 자신이 좋아하는게 '와인'인지, '소믈리에로서의 삶'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와인을 좋아한다면 수입사나 주류 전문MD 등 와인 자체를 다룰 수 있는 직업을 추천해요. 하지만 후자를 고른다면 짧은 기간 근무하면서 분위기나 하는 일 등을 조금이나마 파악해볼 수 있도록 '스타쥬(stage)'를 레스토랑에 요청해 미리 경험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하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좋아하기만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파인다이닝에서 소믈리에로 일하기 위해서는 강한 체력이나 정신력이 필요하거든요.

Q. 여성의 날을 맞아,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와인이 있나요?
제가 추천해드릴 와인은 Alberto voerzio, barolo, la serra, 2018 (RP score 93) 입니다. 여성의 날을 대표하는 색이 보라색, 초록색, 흰색인데, 컬러풀한 라벨에 이 모든 색이 갖추어져 있거든요. 여성의 날에는 장미를 선물하기도 한다는데, 네비올로의 대표적인 풍미가 바로 장미라서 더욱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네비올로 품종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최근에 다큐멘터리 리브 투 리드(Live to lead)에서 미국의 대법관이었던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가 젠더 이퀄리티를 위해 열심히 활동한 것을 보고 나서인지 더욱 의미있게 느껴집니다. 지금의 한국에서는 여성과 남성 모두 불평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겠죠. 하지만 모두 함께 노력해 평등한 근무환경을 만들어나가면 좋겠습니다!

묘미 이미나 소믈리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1스타

어릴 때부터 서비스에 관심이 많아 호텔관광학과를 선택한 이미나 소믈리에는 호텔을 거쳐 스와니예에서 일했고, 묘미에 합류한지 4년차를 맞고 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서비스를 하는 일이 가장 즐거웠던 그가 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Q.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요?
제가 생각했던 와인과 음료를 고객 분들, 그리고 팀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처음 본 손님과도 와인이라는 주제로 즐겁게 공감할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요. 그래서 묘미에서 페어링을 고민할 때는 단순히 음식과의 매칭 그 이상의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를 많이 생각합니다. 생소한 토착 품종을 소개하기도 하고, 마시는 방법에 변주를 주기도 하면서 곳곳에 ‘재미’라는 요소를 더하려고 노력합니다.

Q. 소믈리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예전보다 레스토랑 또는 바 매니저, 소믈리에를 바라보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대우 또한 어느 직종 못지 않게 좋아지고 있어요. 소믈리에는 와인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베버지리를 담당하고 있는 레스토랑의 살림꾼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저는 우리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나아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셰프가 인기 직종 1위였던 것 처럼 소믈리에도 인기 직업이 되는 날이 꼭 올 거예요. 망설이지 말고, 멈추지 말고 도전해주세요!

Q. 여성의 날을 맞아,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와인이 있나요?
여성들만큼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것이 바로 와인이라는 점에서 둘은 이미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포도 품종인 알리고떼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추천드리고 싶은 와인은 Domaine David Moreau Bourgogne Aligote Les Tilles 2020이에요. 청사과나 레몬에이드에서 느껴지는 깔끔한 산미가 돋보이는 화이트 와인이라 어디에도 잘 어울리거든요.

알리고떼 품종은 부르고뉴 지역에서도 한때 외면 당한 품종이지만 현재는 아주 각광 받고 있는 품종 중 하나에요. 지금 이순간에도 알리고떼를 활용 해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현재 가장 빛나고 있는 지금 이순간의 여성들과 많이 닮아있는 와인입니다.

소설한남 이윤희 소믈리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1스타

리츠칼튼 호텔 서울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3스타 레스토랑인 가온을 지나 소설한남을 지키는 16년차 서비스인입니다. “실습생으로 시작해 어시스트 서버, 서브, 헤드 서버, 캡틴, 매니저, 점장까지 모든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지금 이곳에 있습니다.” 와인을 다루는 손끝에도 배어있는 전문가로서의 애티튜드는 흑산도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태어나 오늘에 이르기 까지의 여정을 짐작하게 합니다.

Q. 어떻게 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사회생활 초년생때 백화점 와인숍에서 판매원으로 일을 했던 친언니를 도와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와인은 시금털털하고 맛없고 값비싼 술 정도로만 여겼어요. (웃음) 이후 리츠칼튼 호텔 서울에서 선배인 은대환 소믈리에에게 와인을 배울 기회가 생겼습니다.

약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언니가 준 레드와인을 큰 생각 없이 마셨는데, 입안에 퍼지는 블랙 블루베리 풍미와 꽉차는 질감, 아무리 연습을 해도 잘 모르겠던 오크와 가죽향 등의 복합미, 끝에 남는 산도와 감칠맛이 모두 느껴졌어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슨 와인이길래 이렇게 맛있냐 물어봤는데, 그 와인이 바로 1년전 제가 시금털털하고 맛없다며 몇 모금 마시지 않았던 와인이었던거에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나 이제부터 진짜 와인을 해야겠다!’

Q.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요?
지금은 소믈리에로서의 일상에 익숙해지고 특별히 없다 라고 쿨하게 말하고싶지만, 사실은 매순간 특별함을 느낍니다. 제가 애착을 가지게 된 생산자나 와인, 어쩌면 아끼기도 하는 와인들을 고객이 나와 똑같이 느끼고 알아봤을 때, 그리고 고객이 행복해 하는 모습에 다시 제가 행복해질 때마다 소믈리에라는 직업의 매력을 느낍니다. 소믈리에는 스페셜리스트거든요. 단지 와인에 대해 조금 더 아는 것이 아니라 한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더욱 자부심을 가지고, 고객의 하루를 최고의 날로 만들고자 해요.

Q. 소믈리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에요. 특히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은 점심 저녁으로 코스요리를 선보이기 때문에 업장에 상주하는 시간이 평균 12시간이 되는게 사실이고요. 그 이유로 업계를 떠나는 후배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이에요. 단순히 와인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서 같은 와인이라도 알수록 더 보이고, 더 많이 느껴지는 그 진귀한 경험을 꼭 여러분과 함께 하고싶습니다. 하루 종일 서있어 퉁퉁 부은 다리로 퇴근을 해서도 밤에 잠들지 못하고 책장을 넘기는 후배들에게, 영예로운 날들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Q. 여성의 날을 맞아,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와인이 있나요?
Henri et Gilles Remoriquet, Nuits-St-Georges 1er cru, Les Damodes 2017를 추천하고 싶어요. 피어오르는 다채로운 향과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는 복합미와 우아함에 놀라 다시 향을 맡고 천장을 보고 다른 와인을 맛보다가도 다시 향을 맡고, 마셔보면서 여러번 감탄했습니다.

처음에는 여성 생산자의 와인을 추천할까, 아니면 여성스러운 어떤 상징을 가진 와인을 추천할까 고민했는데, 이미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멋진 여성이기에 의미에만 너무 집중하지 않고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싶은 맛있는 와인을 고르는 것도 충분히 의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이 와인을 골랐습니다.

이타닉 가든 김다솜 소믈리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1스타

‘소믈리에에게 다양한 경험은 아주 큰 무기’라고 말하는 김다솜 소믈리에는 국내 와인 애호가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와인바 까사델비노에서 일하며 와인을 직접 경험하고 익혀왔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이타닉가든에서 풀어내며 손님들과 음식, 공간, 와인 그 사이를 잇는 매력적인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Q. 어떻게 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레스토랑에서 서비스를 하며 자연스럽게 와인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와인을 더욱 전문적으로 배우면서 일할 수 있는 곳에에 입사했죠. 까사델비노는 제게 학교같은 곳이었어요. 그래서 그곳에서의 4년간의 근무를 마치던 날을 퇴사가 아니라 졸업이라고 말해요. 그 덕분에 지금 이타닉 가든에서 손종원 셰프님과 김성국 총괄소믈리에님 밑에서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소믈리에로서 일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의 첫 올드빈티지 와인이었던 Ch. Montrose 1958 빈티지를 만났던 순간이요. 캡슐을 벗기자마자 드러나는 곰팡이와 건들면 부서질 정도로 약한 코르크가 충격적이었어요. 이만큼 긴 시간이 만들어 낸 와인에서 나는 강렬한 숙성향은 당황스럽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이 와인을 완벽하게 오픈해내며, 너무 좋은 컨디션의 와인이라고 설명해주는 선임 소믈리에를 보며 나도 저렇게 프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Q.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의 역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와인이 있는 자리에 소믈리에가 있고 없고에 따라 사람들이 쓰는 시간과 경험의 가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소믈리에는 단순히 음료에 대한 지식 뿐만 아니라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 양조가의 가치관, 그들이 추구하는 삶과 와인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 더 나아가 건축, 음악, 미술 등의 지식까지도 이해하고자 끝없이 공부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소믈리에가 존재함으로서 공간의 분위기와 향이 달라지고, 음악이 더욱 잘 들리며, 음식은 더욱 맛있고, 왠지 나의 인생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질 만큼 그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게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육인영 소믈리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선정

20살에 학교에서 와인을 접한 후 한 병의 와인을 만드는데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이 담겨있다는 사실에 매료되었습니다. 이후 밍글스를 거쳐 현재는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다 마시모 보투라의 소믈리에로 근무하며 와인에 담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Q.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요?
와인은 시간을 간직한 오브제에요. 하지만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죠. 그래서 소믈리에로 일하는 것은 끝없이 공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고객들을 위한 리스트를 만들고, 셰프가 만든 음식의 의도가 손님들에게 더욱 잘 닿을 수 있도록 완벽한 궁합을 맞는 와인을 찾는 것도 의미있지만, 결국은 제가 끊임없이 고민한 시간들이 고객들을 행복하게 할 때마다 생각합니다. '이 일을 하길 참 잘했다.'

Q. 소믈리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레스토랑에서 많은 손님들을 만나는 요즘,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그래서인지 왜 소믈리에라는 직업을 선택했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데요, 저는 항상 제 일이 즐겁다고 말합니다. 같은 길을 선택한, 또는 앞으로 선택할 여러분도 즐겁게 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미래의 모든 소믈리에들을 위해 응원을 보냅니다. 여러분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Q. 여성의 날을 맞아,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와인이 있나요?
여성의 날을 맞아 시칠리아 비토리아 지역을 대표하는 생산자의 와인인 Arianna Occhipinti, Nero d'Avola Siccagno(RP score 89-93)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아리안나 오끼핀티(Arianna Occhipinti)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자연주의적 철학을 가진 젊은 이탈리안 여성 생산자입니다. 네로다볼라라는 이탈리아 토착 품종으로 만들어지는 이 와인은 처음에는 거칠고 강한 느낌을 주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신선한 라즈베리 같은 과일 향과 꽃 내음이 피어오르고, 우아하고 섬세한 탄닌, 기분좋은 산도를 다채롭게 보여준답니다. 저도 이 와인의 다채로운 매력을 아주 좋아해서 많은 손님들께 소개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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