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1 minute 2021년 6월 2일

맛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쉐시몽: 심민균 셰프

맛있는 요리를 넘어 따스한 기억을 만들어내는 쉐시몽 심민균 셰프를 만나 그의 요리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듯,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마포구의 프렌치 레스토랑 쉐시몽. 심민균 셰프와 그의 아내 서은교 지배인이 함께 운영하는 이곳은 맛있는 요리와 따뜻한 분위기로 누군가의 추억을 매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알맞은 재료를 사용하며 천천히 변화하는 쉐시몽의 요리는 서두를 것도, 머뭇거릴 필요도 없는 자연스러운 호흡이 느껴집니다. 한 번에 한 번에 많은 요리를 내기보다는 자신 있는 요리를, 그리고 그날 가장 잘할 수 있는 요리를 선보이는 셰프의 마음이 담긴 메뉴 구성입니다. 쉐시몽 심민균 셰프를 만나 그의 요리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떻게 요리에 대한 열정을 가지게 되셨나요?

어렸을 적 어머님은 식당을 하셨고, 중학생이었던 저는 종종 일을 도와드리곤 했습니다. 조금 커서는 큰형이 불어를 전공하고 프랑스로 요리 유학을 다녀왔고, 작은 비스트로를 오픈했습니다. 가족이 함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저도 자연스럽게 형을 도왔죠. 저는 요리학교를 졸업하지도, 외국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해본 경험도 없습니다. 여행을 다니며 직접 경험한 것과 요리책, 다양한 콘텐츠가 저의 스승입니다.

제가 처음부터 셰프라는 직업에 열의를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요리를 하면 할수록 매력을 느꼈습니다. 진실하고 따뜻한 음식으로 사람을 맞이하는 일이 좋아, 점차 요리가 제 인생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행복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추억을 전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아내와 함께 쉐시몽을 책임지며 늘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파리의 르 바라탕(Le Baratin) 같은 레스토랑을 보며 “이런 식당을 하면 참 행복하겠다”고 생각합니다. 번화가도 아닌 어둑한 뒷골목에 자리 잡은 이 식당은 공동 오너인 부인이 요리하고 남편이 소믈리에로 있는 식당입니다. 훌륭한 음식과 와인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파리의 유명 셰프님들도 자주 찾는 곳이죠. 편안하지만 모든 면에서 부부의 내공이 느껴지는 공간이에요. 저희도 이런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고, 이끌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쉐시몽이 추구하는 요리는…

저희 레스토랑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음식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저희 부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프렌치 다이닝을 처음 접하는 고객들이 오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적당한 가짓수의 코스 요리를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이나 파인다이닝이 조금 어렵고 불편하셨던 분들도 부담 없이 오셔서 경험하고, 즐기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어렵지 않은 요리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셰프 입장에서 만들기 쉬운 음식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에게 모두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요리가 무엇인지 고민하죠. 다이닝 경험이 처음이신 분도, 다이닝이 취미인 미식가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너무 격식 차리지 않고 오셔서 편안하게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계절을 담은 쉐시몽의 요리 (Pic: Chez Simon)
계절을 담은 쉐시몽의 요리 (Pic: Chez Simon)

쉐시몽 레스토랑의 의미는…

벌써 16년 전인 2006년, 쉐시몽은 삼청동에 작은 비스트로로 문을 열었습니다. ‘시몽이네 집’이라는 의미의 쉐시몽은 2016년 지금의 위치인 마포구 서교동으로 이전했지요.

레스토랑을 이전하며 새로운 이름을 쓸까도 고민했지만, 지금껏 저희가 지켜온 마음 그대로 ‘시몽이네 집’에 놀러 온 것처럼 편안한 느낌을 받으셨으면 하는 마음에 16년간 이렇게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에 한 번씩 꾸준히 방문해주시는 손님들이 계시는데, 이들에게 한결같이 반가운 장소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장소는 바뀌었지만 몇 년 만에 한국에 돌아오셔서, 서울에 오셔서, 혹은 결혼, 출산 후에도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방문하실 수 있도록요.

쉐시몽의 안심 스테이크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겉면을 튀기듯 익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클래식한 매력의 안심 스테이크. 부드러움을 더해주는 매시트 포테이토와 진한 풍미가 매력적인 비프 쥬, 불향을 입힌 채소와 겨자씨 피클을 함께 곁들여 서빙합니다.

저희는 두 달 정도 주기를 두고 계절의 흐름에 따라 가장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늘 메뉴를 변경하고 있어서 한 가지 시그니처 요리를 꼽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바뀌지 않는 메뉴가 딱 두 가지 있는데, 점심 디저트인 크렘 브릴레와 메인 요리인 안심 스테이크입니다. 오랜 시간 많은 손님의 사랑을 받는 메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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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는 무엇인지, 어떻게 활용하는지?

하나만 고르기 어렵지만, 요즘 즐겨 쓰는 재료는 셀러리악입니다. 다양한 재료와 함께 많은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오븐에 구우면 독특한 향이 주방에 가득 찰 정도로 풍미가 뛰어나고, 우유와 버터를 함께 넣고 뭉근히 끓여 퓌레를 만들기도 합니다. 잘 구운 샐러리악은 그 자체로 멋진 와인 안주가 되기도 하고, 다양한 채소나 해산물에 맛과 향, 조화를 더하기도 합니다.

저희 메뉴 중 숯불에 천천히 익혀낸 홍새우에 셀러리악 퓌레를 곁들인 요리가 있습니다. 여기에 가벼운 폼 형태의 비스퀴 소스와 셀러리 오일로 마무리합니다. 숯불향과 새우의 단맛, 비스퀴의 감칠맛을 샐러리악 퓌레가 부드럽게 감싸 좋은 밸런스를 만들어냅니다.

부부가 함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계신데, 어떤 장단점이 있으신지요?

부부가 함께 같은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쉐시몽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하고 있어요. 밥을 먹다가도, 휴가 중에도 사소한 물품 구입부터 가끔은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난 순간 바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지만, 가끔은 온전한 휴식을 못 하는 것 같아서 힘들기도 합니다. 삶과 일을 분리할 수 없다고나 할까요?


손님을 접객하는 관점에서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편안함과 따듯함 이 두 가지가 중요해요.

물론 청결, 친절함, 맛있는 음식은 레스토랑의 기본이겠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대접하는 저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저희의 일이니까요. 손님들이 쉐시몽을 기억할 때 세심한 배려와 다정함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화려하고 기교가 뛰어난 파인다이닝은 아니지만 좋은 음식을 성실하게 준비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손님들에게 이런 저희의 마음이 전해지면 저희는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계절을 담은 쉐시몽의 요리 (Pic: Chez Simon)
계절을 담은 쉐시몽의 요리 (Pic: Chez Simon)

어떻게 요리에 영감을 받으시나요?

보통은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음식과 식재료를 경험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요즘은 코로나로 여행이 어려워졌지만, 무수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어서 간접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또 저의 아내가 많은 아이디어를 줍니다. 음식을 열린 마음으로 즐기는 제 아내는 저라면 하지 않을 이상한 조합도 시도해보고 실패도 많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창의적이고 신선한 메뉴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셰프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방에서 요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되어 레스토랑 서비스도 즐겨보고,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도 경험해보면 내가 어떤 셰프가 되고 싶고, 나아가 어떤 식당을 하고 싶은지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배워야 합니다. 쉐시몽은 16년 된 레스토랑이지만 아직도 발전할 부분이 많죠. 한국의 다이닝 문화도 나날이 달라지고 있고, 미식 트렌드도 빠르게 바뀝니다. 자신만의 색을 유지하되,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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