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2 minutes 2020년 7월 29일

[레시피] 품 서울 노영희 셰프의 여름 병어 고추장 조림

미쉐린 가이드 서울 1 스타 레스토랑 품 서울의 노영희 셰프가 ‘집에서 즐기기 좋은 여름 음식’인 쌈밥에 곁들이는 병어 고추장 조림을 소개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국내여행 또는 집에서의 피서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 1 스타 레스토랑 품 서울의 노영희 셰프가 ‘집에서 즐기기 좋은 여름 음식’인 쌈밥에 곁들이는 병어 고추장 조림을 소개합니다.


품에서는 어떤 요리를 선보이고 계신가요?

한국 반가 음식을 아름답게 내고자 합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매일 외국인 고객이 있을 정도였는데, 외국인 고객이 한식의 아름다움과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국내 고객에게도 계절의 흐름에 따라 절기를 느낄 수 있는 바르고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습니다.

12년간 품을 이끌며, 매 달 메뉴를 완전히 바꾸지는 않지만 전채 몇 가지 정도는 조금씩 레시피를 바꾸며 변화를 주고 있어요. 한 달에 한번씩 꾸준히 방문해주시는 단골 고객들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으시도록요. 한식은 국간장, 진간장, 된장, 고추장과 수많은 젓갈처럼 맛을 내고 간을 맞추는 재료가 아주 많아서 조금만 변화를 주더라도 요리의 색과 개성을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계절에 맞는 신선한 재료를 더하면 자연스럽고, 건강에도 좋은 요리가 되죠. 이 부분을 좋게 보고 와주시는 고객들에게 오래도록 품의 한결 같은 요리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품 서울의 다이닝 홀 (Pic: POOM)
품 서울의 다이닝 홀 (Pic: POOM)

그릇과 음식의 담음새에도 크게 신경을 쓰고 계시는데요.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죠. 음식의 옷은 그릇이에요.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크게 생각하지 않지만, 음식을 각각 다른 개성을 지닌 그릇에 담아내는 것도 식사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흔히 집에 비싸고 아름다운 그릇이 있어도 평상시에 잘 쓰지 않다가 중요한 손님이 오는 날에만 가끔 꺼내 쓰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일상 속에서 이런 좋은 그릇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음식과 도자기 작품은 서로 영향을 주며 발전할 수 있어요. 저도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그릇 가게를 내며 도예가들과 함께 공부를 했어요. 도자기에 직접 음식을 담아 보며 서로 영감과 영향을 주며 작품을 만들어 나갔죠. 서로 함께 발전할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힘든 2020년이 절반도 더 지났습니다. 그간 셰프님은 어떤 시기를 보내셨나요?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네’라고 생각할 만한, 평생 이런 일이 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시간이었어요. 올 연말쯤 되면 잘 버틴 한 해라고 기억할 수 있을까요? 품 서울도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힘겨운 숙제와 씨름하고 있고요. 저희와 함께하는 직원이 있으니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시대에 맞게 밀키트나 도시락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변화와 위기가 찾아올 수 있으니 미리 대비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여름입니다. 보통 휴가를 어떻게 보내는지, 올 여름 휴가 계획이 있으신지?

3년에 한 번 정도는 해외 도시 한 곳을 정해, 한 달 정도 그곳에 살며 음식도 경험하고 새로운 배움을 얻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머문 곳들이 영국 런던, 이탈리아 토리노,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 같은 곳들이었어요.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으로 나가기 어려워져 기약이 없어졌네요.

셰프들은 보통 레스토랑을 오래 비우기 어려워하고, 저 또한 품 서울 뿐 아니라 클래스를 제공하는 철든부엌 스튜디오도 운영하고 있어서 먼 곳으로 쉬이 떠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셰프들은 해외 레스토랑으로 스타지(견습)를 가서 요리도 배우고, 그 도시에서 가보고 싶었던 레스토랑들도 방문하며 휴가와 공부를 함께 하는 것 같아 참 보기 좋습니다. 자기 발전과 재충전을 동시에 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셰프로써 레스토랑을 오래 비우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셰프 없이도 잘 운영되는 레스토랑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죠.

노영희 셰프의 연구 공간, 철든부엌 (Pic: Julia Lee)
노영희 셰프의 연구 공간, 철든부엌 (Pic: Julia Lee)

셰프 없이도 잘 운영되는 레스토랑은 실현하기 어렵지만 추구해야 할 환경인 것 같습니다.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열쇠는 ‘투명함’에 있다고 봐요. 막내 요리사에게까지 모든 레시피와 셰프의 비결을 공개하고 가르치는 것, 정말 사소한 디테일까지 낱낱이 공유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어떤 셰프는 특별한 비결을 자신만의 것으로 가지고 있으려 하기도 하지만, 그렇다면 절대 레스토랑을 비우고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를 찾기 어렵죠.

품 서울의 주방 팀원들은 이곳 스튜디오에 와서 저에게 수업을 따로 듣기도 하고, 같이 김치도 담그며 요리를 늘 실습하고 배웁니다. 저희는 100% 예약제로만 운영하다 보니, 때로는 아예 손님이 없는 날도 있어요. 그런 날은 모든 스태프가 요리를 직접 배우는 시간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저는 요리책을 내기도 했고, 요리 수업도 하고 있는데, 때로는 수업에서 ‘왜 책과 똑같냐’는 질문을 받기도 해요. 그런데 사실 똑같아야 하지 않을까요? 저만의 특별한 비밀로 숨기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레시피와 책에 적힌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 마지막 ‘맞춤’을 완성하는 것은 요리사의 경험입니다. 이 부분은 많은 시도와 실패로 체득해야 해요. 사실 셰프가 자리를 비우고 아래 직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책임감을 심어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모든 부분을 가르치되 성장하기를 기다려 주는 것, 그리고 믿고 맡기는 것 또한 셰프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품 서울의 다이닝 홀 (Pic: POOM)
품 서울의 다이닝 홀 (Pic: POOM)

다이닝은 고객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삶에 행복을 주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저는 결혼을 안 했지만,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사는데요. 가족 다음이 먹는 즐거움 아닐까요? 이제는 생존하기 위해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여가와 문화로 식사를 즐기는 시대가 되었죠. 음식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에겐 기분 좋은 일입니다. 품 서울이 오픈하고 12년이 지났는데, 처음엔 예약 문화도 낯설었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예약을 하고 음식을 즐기게 되었으니 다이닝 문화도 많이 개선되었고요.

아무튼 이제 다이닝은 레스토랑을 예약하는 순간, 아니 어쩌면 중요한 날을 위해 어디서 식사할지 고민하는 순간부터 기대와 행복을 주는 행위가 되었어요. 여행지를 선택해 여행 계획을 짜면서부터 설렘을 느끼는 것처럼요. 그만큼 셰프도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고, 먹는 사람을 배려해 음식을 만들어야 해요. 저희 직원들은 번갈아가며 손님처럼 앉아서 전체 코스를 식사해 봅니다. 손님의 입장이 되어서 불편한 점이나 좋은 점을 직접 느껴 보아야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할 수 있으니까요. 손님이 되어 바라본 시선, 귀에 들리는 것, 메뉴의 흐름에 따라 입에서 느껴지는 조화를 전체적으로 느끼는 것이 셰프의 잔소리 백 마디보다 중요합니다. 이것 또한 수업의 일종이죠.



이렇게 되면 개선점들이 더 쉽게 보일 것 같습니다.

네. 제게도 도움이 되고요. 식사 한 직원이 숯불 구이 연기가 다이닝 홀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해서 주방의 환풍 시스템을 더 강력하게 개선한 적도 있어요. 손님도 똑같이 느낄 수 있지만 그런 부분까지 저희에게 알려주지는 않거든요. 이런 부분은 참 중요한 코멘트라, 저희도 함께 느끼고 발전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품 서울을 찾은 고객이 무엇을 느끼기를 바라시나요?

중요한 날 이 곳을 방문해 주셨을텐데, 그 기대와 설렘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입니다. 인사치레로 잘 먹었다고 하는 것과는 달리,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진심으로 즐긴 뒤 ‘잘 먹었다고’고 하는 것은 셰프 입장에서 피부로 느껴져요. 비슷한 것과 진짜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그래서 음식도 서비스도,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쌈밥을 준비 중인 노영희 셰프 (Pic: Julia Lee)
쌈밥을 준비 중인 노영희 셰프 (Pic: Julia Lee)

올 여름, 가정에서 쉽게 준비해 즐길만한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요?

단연 쌈밥을 추천합니다. 저는 뜨거운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여름에 다양하고 신선한 쌈채소에 고기와 밥을 싸 먹는 쌈밥은 언제 먹어도 참 맛있거든요. 품 서울과 쿠킹스튜디오로 일주일에 한번씩 강원도 평창 고지에서 재배한 제철 잎채소 꾸러미를 받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채소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쌈으로 먹는 것이기도 해요.

집에서도 쌈밥은 언제나 환영할만한 메뉴에요. 여름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죠. 손님이 집에 와 식사를 대접해야 할 때, 바로 서빙해야 하는 요리가 많다면 정작 집주인은 자리에 앉아 같이 대화를 나눌 정신이 없어 제대로 즐기지 못해요. 그래서 손님이 오기 전 미리 다 준비해 놓되, 풍성하고 영양도 풍부하며 기분까지 좋은 식탁을 만드는 것이 좋아요. 쌈은 미리 준비해 둘 수 있어 제격인 메뉴죠.

신선한 채소에 강된장과 약고추장, 수삼채, 여름 병어조림, 굴비까지 단백질과 채소를 골고루 올린 쌈밥은 쉽게 즐길 수 있는 건강식입니다. 특히 여름이 산란철인 알배기 병어는 살이 달고 부드러워 쌈밥과 아주 멋지게 어울립니다.

여름 쌈밥 한상차림 (Pic: POOM)
여름 쌈밥 한상차림 (Pic: POOM)

쌈밥에 곁들이는 병어 고추장 조림 레시피


재료(4인분)


병어 살 포뜬 것 200g

밑간
생강 슬라이스 한 것 10g
청주 1큰술
소금 1/5작은술
참기름 1/2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조림장
생강 채썬 것 1큰술
고추장 2큰술
진간장 1큰술
청주 1큰술
조미술 2큰술
설탕 1큰술

그밖에
풋고추 1개
빨간 고추 1개
참기름 1작은술

노영희 셰프 (Pic: Julia Lee)
노영희 셰프 (Pic: Julia Lee)

1. 병어는 포를 떠서 가시를 발라내고 사방 2cm 크기로 썬다.

2. 1의 병어를 밑간해 10분 정도 두었다가 생강은 골라내고 생긴 물을 따라낸다.

3. 고추는 적당한 크기로 송송 썰어서 물에 헹궈 씨를 털어낸다.

4. 팬에 조림장 재료를 넣고 센 불에 올려 보글보글 끓으면 병어를 넣고 조린다.
* 이 때, 주걱으로 뒤적이지 말고 한 면이 다 익으면 살짝 뒤집어서 팬을 흔들어 조려야 생선살이 부서지지 않는다.

5. 병어가 모두 익으면 마지막에 썰어 둔 고추와 참기름을 넣은 뒤 그릇에 담아 낸다.





코로나 시대에 휴가를 계획할 때, 참고할만한 팁이 있을까요?

글쎄요. 저는 토요일에 강아지와 이 쿠킹스튜디오에 와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요. 잡지사 기자로 일할때는 금세 지루함을 느껴 새로운 잡지를 찾아다녔고, 길지 않은 경력이지만 세 번이나 창간 멤버로 활동했는데, 요리를 시작하고 나서는 지루함을 느낀 적이 없어요.

그게 어떤 형태든, 좋아하는 공간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휴가 아닐까요?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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