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된 주방이 한눈에 들어오는 넓은 카운터 테이블과 쾌적한 다이닝 홀, 그리고 프라이빗 다이닝 룸에서 즐기는 김진혁 셰프의 창의적인 요리는 특정 퀴진에 국한되지 않는 그의 창의적인 시도를 보여줍니다. 알라 프리마의 요리는 계절 식재료의 본질을 살리는 섬세한 조리법과 깔끔한 소스로 맛의 밸런스를 살려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오픈한 뒤 1년여 만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에 1 스타로 등재되고, 뒤이어 2019년 2 스타로 선정된 알라 프리마는 꾸준히 2 스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제과점에서 일하기 싫었던 젊은 날의 반항심이 일본에서의 치열한 배움으로 이어지고, 부족한 자금으로 인생을 걸고 오픈한 레스토랑이 미쉐린 스타를 받게 되며, 더 나은 공간을 찾아 레스토랑을 이전하고 갑작스레 발견한 병과 싸우는 모든 과정이 알라 프리마의 김진혁 셰프를 단단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오늘도 삶의 가능성에 치열하게 도전하는 김진혁 셰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의 여정이 궁금합니다.
부모님이 제과점을 하셨기에, 처음엔 빵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만 젊은 패기와 반항심으로 왠지 빵을 만드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방황을 하다가, 일본 요리를 배워보겠다고 결심이 섰습니다. 집요한 장인 정신이 있는 일본 문화가 좋았고, 막연히 일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처음에는 한국에서 3년 정도 경력을 쌓다가 일본으로 갔는데, 언어의 장벽도 있고 일자리를 구하기도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요리학교를 다니며 틈틈이 일했어요.
처음에는 생선도 좋아하고 일식 셰프의 날 선 모습에 매료되어 일식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일본에서 수준 높은 서양식 레스토랑을 접하며 프렌치와 이탈리안 퀴진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당시 페란 아드리아의 분자요리가 세계 최고의 요리로 손꼽히던 시기라 그 영향을 받아 창의적인 요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도 개성 있는 고유의 스타일을 만들겠다는 비전이 생겼고요. 아무튼 일본에서는 숨이 찰 정도로 뛰어다니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며 요리를 배웠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일자리를 구하니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월급도 너무 적었고, 무엇보다 제가 배운 것이나 보여주고 싶은 요리와 현실에서 해야 하는 요리의 괴리가 너무 컸습니다. 몇몇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방황을 하다가 외식 대기업에서 6년간 일을 하며 준비를 했고, 오너 셰프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2015년에 16석의 작은 레스토랑을 오픈했습니다.
오픈 후 1년여 만에 미쉐린 스타를 받았는데, 비결이 있을까요?
레스토랑은 3개월 안에 매출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완전히 망해서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서 오픈했어요. 만약 그렇게 문을 닫는다면 미련도 생기지 않을 것이니, 진퇴양난의 심정으로 도전을 한 것이죠. 다행히 고객들이 호응해 주셔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에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우연이기도 하면서 우연이 아니라고도 생각해요. 셰프는 성공하려는 승리욕과 어느 정도의 질투심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가게를 오픈하기 전에 많이 공부했고 좋은 평가를 받은 레스토랑에도 열심히 다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더 잘 할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하며 보고, 듣고, 느끼고, 정리하고, 내 것으로 만든 무수한 욕심이 실제 가게를 오픈했을 때 모두 녹아들었습니다.
그렇게 알라 프리마를 오픈하고 반년 정도 지나 지인에게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런칭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평가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레스토랑의 모든 수익을 기물과 공간에 투자했죠. 오픈할 때 예산이 넉넉지 않아 사용하던 저렴한 접시는 버리고, 국내외의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으로 전부 바꿨습니다. 그리고 다른 레스토랑과는 차별화되는 ‘알라 프리마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더 정진했고 감사하게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9, 2020에는 2 스타로 등재되었는데, 그 비결이 궁금합니다.
비결은 없습니다. 여전히 저는 부족함을 느끼고, 미완성의 상태라고 생각해요. 제 신조는 ‘오늘보다는 내일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한계를 실험하며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이 과정에서 인간으로서 성장해 나가는 느낌을 받는 것이 제 삶의 원동력입니다. 게으름에 굴복하지 않고 요리도 끊임없이 개선해야 하죠. 이 과정에서 세부적인 부분까지 노력이 들어갑니다. 꾸준한 성장이 있어야 좋은 평가도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레스토랑을 더 넓은 공간으로 이전하셨는데요.
처음 알라 프리마는 좁고 불편한 공간에서 시작했지만 감사하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죠. 그 평가에 걸맞게 더 좋은 공간에서 손님을 맞고 싶었습니다. 저희 레스토랑에 오시는 분들이 좀 더 편하게 주차를 하고, 쾌적한 화장실을 이용하고, 다이닝 홀도 여유가 있어야 테이블 간격도 널찍하게 두고 이용할 수 있으니 넓은 곳으로 옮기고 싶었습니다.
지금 이곳은 서울 중심부이긴 하지만 번화한 동네는 아닙니다. 골목에 있어 찾아와야 하는 곳이죠. 유동인구도 적고요. 다소 외진 곳으로 옮기는 것은 제게 도전이었지만, 미쉐린 스타를 받은 것에 힘을 얻었습니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은 조금 외진 곳에 있더라도 당연히 고객이 찾아올 가치가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일본에도 한적한 동네에 뛰어난 레스토랑이 있는 경우가 많으니 여기서 용기를 얻어 공간을 옮겼어요.
건강 문제로 잠시 일을 쉬셨다고 들었습니다.
가게를 옮기며, 그간 꿈꿔 왔던 것들을 실현하고 싶어 인테리어부터 기물 선정까지 모두 직접 하다 보니 힘도 많이 들고 스트레스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레스토랑을 오픈했는데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피곤이 오더라고요. 조금 쉬면 회복이 되어야 하는데, 몸이 정말 어딘가 잘못되었다고 느껴졌습니다. 아내가 제 모습을 보더니, 건강검진을 받아 보라고 권유했습니다. 셰프로 일을 하며 제 건강을 제대로 챙긴 적이 없어 그제야 검진을 받았죠.
그 결과, 흉선에 달걀 크기의 종양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와서, 좌절감이 들었습니다. 레스토랑을 이제 막 이전하고 오픈한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잠시 닫아야 하나 고민도 했고요. 하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팀원들이 모두 노력해 준 덕에, 제가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동안 레스토랑은 문제없이 운영될 수 있었습니다.
셰프는 레스토랑에서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하나요?
제가 주방에서 처음 일을 배우던 시절에는 많은 것이 강압적이었고, 무조건 ‘예스’를 외쳐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죠. 제가 그렇게 성장을 했다고 지금 배우는 팀원을 그렇게 대하면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아요. 이제 셰프는 정말 친절한 선생님이 되어야 해요. (웃음)
저는 아래 직원들에게도 넓은 시야를 갖게 해 주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온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니, 서른다섯 정도까지는 다양한 시도를 하며 길을 찾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조급하게 모든 것을 결정할 필요도 없고, 지금 후배들이 보는 제 모습도 10년 후에는 정답이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중요한 시기를 신중하게, 최선을 다해서 보내야 한다는 것은 꼭 이야기합니다. 저도 쓰러질 만큼 일하고,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이 아니다 싶으면 포기해도 좋아요.
지금은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으니, 그 정보와 경험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넓은 시야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알라 프리마에서는 오픈된 주방에서 요리부터 접객과 서비스까지 모든 것을 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손님들이 보고 있으니 위생도 완벽해야 하고, 요리하는 모습에도 신경을 써야 하죠. 레스토랑의 매출과 경영상황, 회계 방식도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큰 꿈을 키울 수 있습니다.
미쉐린 스타를 받기를 원하는 젊은 셰프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셰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성’입니다. 요리의 모양만 봐도, “이 요리는 이 셰프의 스타일이다”라고 할 만큼 뚜렷한 정체성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합니다. 훌륭한 셰프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정확한 개성과 정체성을 끊임없이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 나가며 승부를 걸면 미쉐린 가이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