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1에 새롭게 등장한 컨템퍼러리 레스토랑, 세븐스도어. 김대천 셰프는 한식 특유의 발효와 숙성을 세계 각국의 조리법, 식재료와 연관시켜 창의적으로 요리 세계를 확장하며 미식가들을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세븐스도어의 유리 숙성고에는 죽순과 멸치, 청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재료가 숙성되고 있어, 이 발효의 맛이 어떻게 식사에 녹아들지 기대하게 합니다. ‘한국적 DNA를 가진 미식’을 창의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세븐스도어의 김대천 셰프에게, 그의 요리 철학과 미쉐린 스타를 처음 받은 순간에 대해 물었습니다.
세븐스도어의 요리 철학이 궁금합니다.
세븐스도어의 요리는 발효와 숙성을 기본으로 합니다. 우리나라의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식재료를, 신선한 상태부터 숙성하고 발효한 것까지 두루 사용하며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게 준비합니다. 그리고 3시간에 이르는 식사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먹을 수 있도록 세븐스도어만의 위트를 더합니다.
20여년간 요리를 직업으로 삼다 보니, 오히려 좋은 요리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어렵습니다. 제가 직접 먹고 느낀 것에서 영감을 받아 요리가 탄생하고, 여기에 좋은 식재료를 더해 저희 요리의 색이 생겨납니다.
저는 지난 8년간 톡톡을 운영하며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식재료는 모두 다 써보았습니다. 그 경험을 집약하고, 발효와 숙성이라는 테마를 더해 그 식재료가 줄 수 있는 맛의 정수를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모든 요리에 익숙함을 넘어 놀라움을 주기 위해서는 결국 식재료가 중요합니다. 같은 요리법이라고 해도 어떤 식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맛의 품격이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흔히 즐기는 간장게장을 살아있는 독도 꽃새우로 담그면 그 풍미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래서 한우는 5년 이상 한 곳과 거래하며 제가 원하는 고기의 완벽한 상태를 생산자와 유통업자와 함께 맞추었고, 해산물은 전국 각지의 생산자들과 직접 거래하며 다양하게 공수하고 있습니다.
세븐스도어에서 선보이는 요리 중 가장 대표적인 요리는…
샥스핀 춘권은 겉모습은 단순하고 소탈하지만, 긴 시간과 많은 정성이 들어갑니다. 흔히 고급 식재료인 샥스핀은 커다란 접시에 고급스럽게 담아 즐기지만, 저희는 간단한 튀김의 형태로 단순화해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준비 과정은 복잡합니다. 우선, 샥스핀을 조리할 치킨스탁은 일반 수돗물이 아닌 프랑스 오베르뉴 지방의 화산지대 생수인 볼빅만을 사용해 만듭니다. 5kg의 닭을 미네랄이 풍부한 이 생수에 넣고 졸이면 진한 스톡이 2리터가 나옵니다. 여기에 요리한 샥스핀의 질감과 풍부한 맛이 바삭한 춘권피 속에서 느껴지도록 합니다.
이처럼 형태는 단순하지만, 풍부하고 깊은 맛의 반전을 추구합니다. 샥스핀 춘권 뿐 아니라 트러플 소스의 떡볶이처럼, 고급 음식을 분식의 형태로 위트 있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세븐스도어의 음식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미쉐린 가이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5년,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며 공부할 때 도서관에 갔는데 그 때 알랭 뒤카스의 인터뷰를 읽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미쉐린 스타를 많이 받은 셰프라는 제목의 기사였어요. 인터뷰 내용 중, ‘요리의 70% 이상이 식재료에서 결정된다’라는 말이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직관적인 울림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식재료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미쉐린 스타에 대해서도 동경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본에서 일할 때 미쉐린 가이드가 일본에 들어왔는데, 그 때 레스토랑 업계가 큰 흥분과 열정에 휩싸였어요. 저도 한국에 언젠가 미쉐린이 들어오면 스타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꿈을 키워 나갔습니다.
미쉐린 스타를 처음 받게 되었을 때…
그 날은 일요일이었습니다. 몇몇 셰프들이 연락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왔고, 저는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기에 마음을 접고, 올해도 열심히 하며 훗날을 기약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주방을 정리하며 칼을 갈고 있었는데, 갑자기 숫돌이 끊어졌습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미쉐린 스타를 받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어요.
이틀 정도, 현실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그토록 바라던 미쉐린 스타를 받았는데 기쁨보다는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습니다. 더 부담도 되고, 제 요리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하게 되고, 뒤를 돌아보게 되었지요. 조금 시간이 지나며, 그 차분한 마음 속에 점차 스트레스가 줄어들었고 오히려 일에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셰프로써, 미쉐린 스타를 받는다는 것의 의미는...
모든 셰프가 미쉐린 스타를 받기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셰프라면 한번쯤 그 꿈을 품지 않을까요? 저도 그런 사람으로, 미쉐린 스타에 선정되어 정말 영광스럽습니다.
미쉐린 1스타를 받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아내에게 전화했습니다.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돌보며, 제가 일에 전념할 수 있게 정말 많이 도와주고 늘 힘을 주며 위안을 해준 아내가 가장 먼저 생각났습니다. 전화해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저는 화려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셰프 아래에서 요리를 배운 사람도 아니고, 정말 처음부터 부딪쳐 가며 이곳까지 왔습니다. 그 오랜 시간이 순식간에 마음에 밀려들며 감정이 북받쳤습니다.
개인적으로, 또 팀에서 미쉐린 스타를 받은 것을 어떻게 축하했는지?
세븐스도어 뿐 아니라 같은 건물에 있는 톡톡, 텐지몽, 코르테 팀원들이 함께 요리도 나누어 먹고, 술도 마시며 축하했습니다. 그동안 함께 이 결과를 만들어내준 모두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미쉐린 스타를 받은 것이 나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미치고 있는지?
셰프의 커리어에 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의 평가 기관에 인정을 받은 것이니까요. 제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기초부터 경력을 쌓은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방향을 믿고 요리하며 길을 개척해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후배 요리사를 키우며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미쉐린 스타를 받기를 원하는 젊은 셰프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영혼까지 바치지 않으면 이룰 수 없습니다.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 본인의 레스토랑, 자신의 직업 그 어떤 것도 온전한 헌신 속에서만 성취할 수 있습니다. 많은 요리사들이 오너 셰프의 꿈을 가지고 있지요. 그렇다면 어떤 자리에 있든, 끊임없이 연습해야 합니다. 막내라고 막내처럼 일하려고 한다면 성장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일에 경계를 두지 않고 온전히 전념하는 것이 어떤 꿈도 이루게 할 수 있는 큰 무기가 됩니다.
Hero Image: Chef Daechun Kim - Courtesy of Julia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