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 Out 1 minute 2022년 8월 23일

미쉐린 스타 셰프들이 이야기하는 한국의 치킨

한류 음식 문화의 흥미로운 아이템, 치킨. 서울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셰프들은 어떤 치킨을 즐겨 먹는지 알아봅니다.

K-드라마의 팬이라면 작품을 막론하고 빠지지 않는 장면, 주인공들이 치킨을 즐기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치킨’은 ‘튀긴 닭 요리’를 뜻하는데, 캐주얼한 만남의 자리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요리죠. 전통적인 한식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산업화된 현대 사회에서 대중의 일상과 밀접하게 발전해 온 한국식 치킨은 다양한 양념과 조리법,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해 세계의 맛 탐험가들을 매혹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미쉐린 스타 셰프들이 치킨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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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셰프
가온,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 3스타

저는 배달해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한국 치킨을 즐기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80년대 초, 제가 국민학교(초등학교) 학생이던 무렵 운동회를 마치고 나면 어머니께서 항상 통닭을 집에서 만들어 주셨어요. 갈은 크래커와 우유를 넣어 만든 통닭 반죽으로 닭을 튀기시고, 양파와 마늘을 다져서 팬에 볶다가 간장과 꿀 등을 추가해서 다시 볶아 통닭 위에 뿌려주셨거든요. 제겐 이 메뉴가 어린시절의 특별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요.

평소에 치킨을 많이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배달로 주문해 먹고는 해요. 한국의 프라이드 치킨은 다양하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죠. 사람마다 좋아하는 맛과 취향이 모두 다른데, 각자를 위한 치킨의 종류가 적어도 하나씩은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요. 담백한 치킨, 간장 맛의 짭조름한 치킨, 달달한 치킨, 그리고 그 치킨 들을 찍어 먹을 수 있는 소스까지 매우 다양하죠. 그리고 치킨이 워낙 대중적인 음식이다 보니 한국에서는 오로지 치킨을 위해 양계를 하기도 해요. 아무래도 튀김을 위해 최적의 육질과 맛을 갖춘 닭을 생산하니 더욱 경쟁력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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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식 셰프
정식당,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 2스타

한국식 치킨은 싫어할 수가 없는 다양한 매력이 있어요. 한류 열풍으로 한국인들이 치킨을 대중적으로 즐기는 모습이 드라마나 예능을 통해 많이 노출되었고, 관심도 많이 높아졌죠. 해외에 진출한 한국의 치킨 브랜드는 각자 다양한 스타일의 치킨을 선보여요. 브랜드별로 기본 양념이나 염지 기법이 조금씩 다르고, 닭고기에서 감칠맛을 끌어내는 노하우가 달라 다양한 개성을 보여줘요.

저는 닭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가 통다리와 날개 부위라고 생각해요. 치킨 중에선 화려한 스타일이기보다는 후라이드 치킨의 기본에 충실한 것을 선호하죠. 껍질은 과자처럼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거든요. 제가 운동을 좋아해서, 그 후에 야식을 즐기곤 하는데 치킨은 언제든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운동을 하면서 튀긴 닭을 야식으로 먹는다는 게 넌센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요. (웃음)

강민구 셰프
밍글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 2스타

저는 한식 반찬에서 영감을 얻어, 꽈리고추 멸치볶음을 올린 치킨을 즐겨 먹어요. 조청과 직접 끓인 맛간장을 섞어 소스를 만들어 버무리고, 멸치 꽈리고추 볶음을 바삭하게 튀겨낸 치킨을 함께 먹으면 한국 요리의 매력과 치킨의 특색을 함께 즐길 수 있어요.

저는 퇴근 후나 회식 때 치킨을 즐겨 먹어요. 치킨을 워낙 좋아해서 밍글스와 홍콩 한식구에 치킨 메뉴를 넣기도 했고요. 한국의 치킨은 서양식 프라이드 치킨이나 로스트 치킨에서 그 형식을 빌려왔지만,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독특한 매력이 생겼어요. 닭을 염지할 때 한국의 양념인 파, 마늘, 생강등을 넣어 잡내를 제거하는 과정을 더했고, 여기에 달고 짭짤한 간장 소스, 고추를 넣어 매콤하고 달콤한 소스 등 다양한 소스를 더하니 서양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굉장히 매력적인 치킨 요리가 된 것이죠.

김대천 셰프
세븐스도어,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 1스타

제가 요리 유학을 하던 시절, 맛있는 음식을 넉넉히 먹기에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았어요. 당시 만원 정도면 닭 다리살 3kg을 살 수 있었는데, 이것을 염지해 튀겨 먹을 때 참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에서 오픈한 저의 첫 레스토랑 톡톡에서 그 추억을 담아 그 메뉴를 재해석하기도 했죠.

한국의 치킨 시장은 실로 방대하고, 튀겼을 때 가장 맛있는 육질과 특징을 지닌 사이즈의 닭도 잘 개발되어 있어요. 저는 닭껍질을 좋아하지 않고, 닭고기의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데 안심만을 튀긴 순살 메뉴를 자주 찾는 편이에요. 바삭한 튀김옷과 담백한 살코기가 치킨을 떠올렸을 때 가장 기본적인 맛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아요.

조은희 셰프
온지음,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 1스타

치킨만큼 대중적인 음식이 있나 싶지만, 사실 저는 치킨을 아주 즐겨 먹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한국 치킨의 바삭함과 담백한 맛이 주는 매력을 싫어하기란 힘든 일이죠. 깔끔하게 튀긴 닭 자체로도 맛있고, 취향이 조금 다른 사람과 함께 메뉴를 먹어도 워낙 소스가 다양하니 걱정이 덜 되는 외식 메뉴이기도 해요.

저는 레스토랑 온지음 근처의 한 치킨집을 좋아해요. 동네에서 인기가 많은 곳인데, 기본 ‘후라이드 치킨’이 별미에요. 잘 튀긴 닭이 주는 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죠. 튀김옷이 아주 얇은 편인데, 덕분에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아요. 열심히 일하고 일찍 끝난 더운 날 다같이 이곳에 가곤 하는데요. 시원한 맥주와 함께 후라이드 치킨을 먹을 때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살이 참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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